유원일 의원 "외국계 본점-지점, 주석통해 회계 조작 가능"
"국내 금융당국 보고 내용과 본점 연결재무제표 내용 다를 수도"
금융감독당국이 오는 2011년까지 순차적도입을 추진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이 국부유출이나 해외기업의 부실처리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1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자료를 통해 "SC제일은행, HSBC은행, CITI은행 등에서 한국지점과 외국본점의 결산자료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계 지점과 본점 모두 투명성이 높은 '국제회계기준'을 쓰고 있지만 주석을 통해 얼마든지 회계를 조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 감독당국에 보고한 결산내용과 외국 본점의 연결재무제표 내용이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본사와 지사 간 정산계정을 이용하면 회사의 필요에 따라 비용이나 손실 계정 등을 축소, 과장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최근 외국자본들이 국내금융기관이나 제조업체들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상장 철회로 당국의 감독을 피하면서 금융지주회사에 소속된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만들어 국내 자본의 유출, 해외 부실의 처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외국자본에 인수된 후 상장폐지된 기업으로는 SC제일은행, 브릿지증권, 만도기계, 오리온전기, OB맥주 등이 있으며, 특히 외환위기로 17조 6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수혈된 제일은행은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팔렸다가 2005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팔리면서 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된 바 있다.
유 의원은 이와 관련, “외환위기 이후 2011년까지 우리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도록 돼 있다”며“국제회계기준은 회계기준을 일원화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준만 지키면 회계 각 항목에 따라 담당자에게 과도한 재량성이 부여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한 후 상장을 폐지하고 국제회계기준의 맹점을 악용한 회계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해 금융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지점과 외국 본점의 결산자료가 다른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제회계기준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 공표한 회계기준으로,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의 천문학적 회계분식사태 등을 겪은 뒤, 지난 2007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 오는 2011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에 도입키로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