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에 발탁되기 전, 이명박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정운찬 총리의 발언과 기록들이 이명박 정부 핵심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국정감사에까지 거론됐다.
총리 임명당시에서부터 의문으로 여겨졌던 것은 이명박 정부와의 전혀 다른(?) 경제관에 대해 현 정부의 핵심경제부처에서는 어떻게 조율하고 장단을 맞추게 될지 여부였다.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 총리의 학자시절 경제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확연한 의견차이를 나타냈다.
윤 장관은 "정운찬 총리는 (학자시절) 감세는 소수부자들의 재산만 불려주는 이데올로기이며 재정건전성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는데 정총리가 감세철회의견을 내면 그래도 감세를 계속 주장하겠느냐"는 민주당 강운태 의원의 질문에 "물론이다"고 짧고 강하게 답했다.
윤 장관은 이어 "그렇다면 법인세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기존대로)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만이라도 철회하자고 한다고 해도 감세를 계속 하겠냐"는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이 "제가 보고받기로는 정 총리도 현 정부가 중산층 서민이나 중소기업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부자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를 깔았지만 결국 정 총리의 학자시절 주장이 굽혀지지 않는다면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장관과의 의견충돌은 불가피한 셈이다.
윤 장관은 또 강 의원이 "정 총리는 경제전반과 관련 불과 4개월 전에 우리나라는 경제회복과 침체를 반복하는 더블유(W)자로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다른 견해를 강조했으며, "환율이 떨어지면 경제가 다시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정 총리의 생각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환율이 기업채산성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올 9월경에는 써야 한다는 정 총리의 과거 언론인터뷰에 대해서도 "출구전략은 아직은 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단번에 잘랐다.
정 총리가 학자 시절 금산분리 폐지에 대해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표적인 금산분리 완화 찬성론자답게 "(그 의견은) 금산분리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있을 때(교수시절) 입장으로 정부에 들어온 후로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 총리가 소신을 굽힐 것임을 확신했다.
계속되는 질문과 함께 정 총리와 입장이 너무 극명하게 갈리는 것처럼 비춰지자 윤 장관은 "아직 총리 부임 이후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기 때문에…"라며 "(앞으로) 지켜 봐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정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한테 할 말을 하겠다고 했다"며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대통령이나 윤 장관이 경제학자 정운찬의 말을 거의 전폭적으로 수락하거나 정운찬 총리가 현 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수용해서 본인의 철학을 꺾거나 하는 경우"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