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강하고, 위트있고, 낮은 자세로' 답변…의원들 송곳질의 무뎌져
12일과 13일 이틀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부자감세 공방과 4대강 예산편성문제 논란을 중심으로 한 국가부채와 재정건전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2008년 세제개편과 2009년 세제개편안 등 이명박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라고 몰아세우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은 물론 재정건전성 우려에 목소리를 보태는 여당의원의 지적들이 하루종일 쏟아졌지만, 기관장으로 국정감사 경험이 많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노련함에 의원들의 예봉은 무뎌지기만 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또 때로는 지극히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의원들의 예봉을 피해간 윤 장관의 발언들을 모아봤다.
●‥"제가 제 입으로는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지원했던 외화유동성 회수에 나서는 등 스텔스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지금 누가 대운하 하고 있습니까?"
4대강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대운하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로 "지금 이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하고 있냐"는 오제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운하라고 하셨죠? 질문이 성립되지 않는 것 같다"며 강하게 반문. 윤 장관은 급기야 오 의원의 대운하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지금 대운하 사업을 안하고 있는데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시느냐"고 강조.
●‥"지켜봐 주십시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정운찬 국무총리의 경제소신과 이명박 대통령이나 윤증현 장관의 경제소신이 너무 달라서 "대통령이나 윤 장관이 경제학자 정운찬의 말을 거의 전폭적으로 수락하거나 정운찬 총리가 현 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수용해서 본인의 철학을 꺾거나 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지켜봐 달라"고 여운을 남김.
●‥"김 의원님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금 공제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겠다. 검토해서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
●‥"의원님 지적이 나름대로 논리적 정합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세를 중심으로 한 2008년 세제개편 이후 국가부채가 급증한 점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며 "당시에는 장관이 아니었으니 프리하게 평가해 보라"는 백재현 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답변, 이어 윤 장관은 "제 개인적인 가치판단보다는 정책의 연속성과 대외 신뢰도 차원에서 감세정책의 방향은 계속돼야 한다"고 언급.
●‥"조세분야에 상당한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의원님의 말씀을 잘 받아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 감세정책 중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부분에서 최고세율만이라도 인하를 유예하자. 양도세 세액공제도 10%를 5%로라도 좀 낮추자"는 백재현 민주당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지자 "조세분야에 상당한 전문성과 식견을 가지신 의원님의 말씀을 잘 받아서 국회 세법소위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전개되길 기대한다. 저희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함.
●‥"어제 오늘 정말 감개무량하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대안제시를 촉구하자 "어제 오늘 정말 감개무량하다. 제가 국정감사를 수차례 수감했었지만 이렇게 우리 기획재정위원회가 정말 수준 높은 정책감사를 진행해 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세제관련해서 여야 구분없이 재정건전성 걱정하고 대안까지 제시해주시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듣기좋은 발언을 이어감.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칭찬하신다고 문제의 심각성이 사라질수는 없다"고는 했지만 입가에 웃음은 사라지지 않음.
●‥"좋은 제안을 해 주셨다"
지방소비세 도입시 부가가치세수의 5%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지역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안 3단계보다 세분화해서 5단계로 분배해야 한다는 강운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보겠다"여 이같이 답변. 윤 장관은 특히 강 의원의 제안에 대해 "(정부안보다) 더 진전된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음.
●‥"어떻게 그런 분석까지 가능하셨는지"
조세감면제도의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각종 통계를 제시한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마자 "어떻게 그렇게까지 분석이 가능하셨는지 큰 감명을 받았다"며 "앞으로 조세감면제도를 개선할 때 김 의원님을 고문으로 모셔서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고 답변.
윤 장관의 '능구렁이' 같은 아부성(?) 발언이 계속되자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은 "우리 장관님이 올해 와서 답변들이 의원님들의 예봉을 무디게 하도록 적절하게 잘 하시는 것 같다"고 한마디 하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