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수청구권 확보위해 반대의결권 행사
"주가, 매수청구가 밑돌면 합병 무산될 수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간 합병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남석유와 KP케미칼의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돌자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잇달아 합병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매수청구 규모가 2000억원이 넘을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어 양사의 주가 추이와 운용사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은 이달 23일 열릴 호남석유 주주총회에서 KP케미칼의 합병안건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석유 지분 2.03%(64만6557주)를 보유하고 있는 신한BNPP운용과 0.61%(19만5043주)를 갖고 있는 신영자산운용 등 반대의사를 표시한 운용사들의 지분율은 호남석유 지분의 4.076%(129만7402주)에 달한다. 호남석유 매수청구가(9만3883원)를 감안하면 1218억원 수준이다.
신한BNP운용과 신영운용 등은 KP케미칼 주총에서도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KP케미칼 지분 1.79%(176만9751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수청구가(8264원) 기준으로 146억원 규모다.
자산운용사들이 이같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 줄 것을 요청하는 권리로 주총 전까지 합병 반대 의견을 밝혀야 권리가 인정된다.
주가가 매수가격 아래로 하락할 경우 이 권리를 행사하면 시장가격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자산운용사에게 유리하다. 현재 호남석유와 주가는 각각 8만8300원으로 매수청구가격인 9만3883원보다 6% 가량 낮다. KP케미칼의 현 주가는 7400원으로 매수청구가격(8264원)보다 10% 가량 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가가 매수청구가보다 낮은 상황에서 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시가가 매수청구가보다 계속 낮게 형성된다면 앞으로도 합병 반대의사 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주가가 매수청구가보다 올라간다면 매수청구권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 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는 향후 주가 추이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형증권사의 한 화학업종 애널리스트는 "합병을 추진 중인 호남석유나 KP케미칼 경영진 입장에서는 (운용사들의 반대의결권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에서는 회사 측이 주가관리를 위해 조만간 최소 2000억원 이상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면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주총 이후에도 주가가 매수청구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최악의 경우엔 합병시도가 불발로 그칠 수 있어 운용사의 반대의결권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