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역 일부국가로 한정…공급차질 우려가 가격 끌어올려
날씨·정쟁 등 외부요소 영향 커…생산물량 조절도 힘들어
최근 코코아와 오렌지주스, 커피, 차 등의 가격이 가파른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소비자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식품값의 급등세는 밀과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값 움직임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 시장에서 코코아값은 톤당 3412달러를 기록, 1980년 2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원당값도 28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라비카 커피값은 11년 만에 최고수준에 근접했다.
냉동 오렌지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도 지난주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밀과 옥수수, 쌀, 대두 등 곡물값은 올들어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밀 가격은 올들어 지금까지 14% 하락했고, 옥수수 가격은 7.1% 하락한 바 있다. 이달 들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다른 상품가격 움직임에 비하면 상당히 둔화된 편이다.
커피 등 식품 가격과 곡물 가격의 엇갈린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마뉴엘 자예트 소시에테 제네럴(SG) 연구원은 "이같은 불일치는 투기적 목적보다는 펀더멘털 때문"이라면서 커피와 설탕 등 식품가격 랠리는 공급 차질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식품가격은 한정된 지역에서 난다는 특성이 있다. 설탕과 커피, 코코아 등의 생산지는 주로 열대지방의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코코아의 경우에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생산량이 전세계 공급의 60%를 차지한다.
날씨와 정치적 분쟁, 신용경색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또 생산업자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량 조절이 어렵다.
하지만 곡물 생산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호주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어 가격 움직임에 대한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생산자들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생산지역 확대 등의 공급량 조절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설탕 등 식품 수요는 다른 상품들과 달리 경제위기에 따른 영향이 적었다는 것도 급등의 한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상품 랠리에 따른 투자자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식품값 급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