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신관치금융시대가 도래했다."
오는 20일로 금융당국의 수장 자리에 오른 지 1년이 되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과 함께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일원으로 국제 금융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맡아 `제대로 일을 했다'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위기 관리에 나선 2기 경제팀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속에 `모피아'(재무 관료 집단)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정통 재무관료이자 금융전문가인 진 위원장은 행시 17회로, 윤 실장(행시 12회)과 윤 장관(행시 10회)이 모피아 선배다.
진 위원장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 성과를 냈지만 "관치금융이 부활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KB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가열되고 있는 관치 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위기 재발을 막을 안전판을 공고히 하고 국내 금융산업을 선진화해야 하는 것이 진 위원장에 앞에 놓인 과제다.
◇"강한 추진력..금융위기 조기 수습"
국제 금융위기의 터널 속에 있던 작년 1월 취임한 진 위원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을 구사했다.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1년간 만기 연장 동의를 받아냈고 금융.기업 부실을 처리하는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과 정상적인 금융회사에도 투입할 수 있는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의 조성 계획을 내놓았다.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때는 시장이 예상치 못한 과감한 대책으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지론이다.
건설.조선업종과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채권단의 자율 형식으로 추진됐지만, 여기에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진 위원장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휘두른 `보이지 않는 채찍'이 작용했다.
진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외화 부족 사태를 다시 겪지 않도록 건전성 감독 기준을 강화하고 세계 주요국으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참여해 국제 감독체계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총부채상환비율(DTI.채무 상환 능력을 고려한 대출금 결정),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의 역할이 컸지만, 우리나라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당국의 대응으로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빠르게 풀렸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도 조기에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체감경기의 회복이 더디고 특히 서민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개인 워크아웃(채무 재조정),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등 신용회복 지원을 확대하고 저신용.저소득층에 창업자금을 무담보 저리로 빌려주는 `미소금융' 사업을 시작했다.
재래시장 등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완화와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도 주요 서민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관치시대 도래"..금융선진화 과제
진 위원장의 금융정책은 한편으론 관치금융의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과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은행권의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정부가 뒤에서 팔을 비튼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계와 은행들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미소금융 사업과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사퇴 등 금융공기업 인사 등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신관치금융시대가 열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자직 사퇴에는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여기에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검사까지 가세하면서 관치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정부 조직 개편으로 정부 부처인 금융위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수장이 분리되면서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져 감독정책의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작년 10월 금감원이 위기 이후의 감독 과제를 담은 `한국판 터너보고서'를 발표하려다가 내용의 상당 부분이 정부 소관이라는 금융위의 제동으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 금융지원과 소비자 보호 업무를 놓고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로서는 이런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면서 금융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진 위원장은 올해 금융정책 과제로 경제활성화 지원, 튼튼한 금융시스템 구축,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서민.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의 국제 위상 제고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융공기업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의 원활한 공급, 은행 건전성 감독 강화, 사외이사제도 개편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지속적인 구조조정,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에 걸맞은 금융산업의 선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은행과 협력해 금융회사의 외채 만기 연장을 잘한 것은 물론 긴급 유동성 지원을 통해 불을 껐다"며 "관료들이 위기관리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시장에 군림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정치권과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시장친화적인 감독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