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 재편 방안을 논의하는 주요20개국(G20)의 첫 회의가 27일 한국에서 개최됐다.
G20 재무차관과 중앙은행 부총재들은 이날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의 서막을 올렸다.
이날 회의는 한국이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획재정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과 한국은행 이광주 부총재보가 공동의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됐다.
28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 회의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평가작업과 함께 지난해 G20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합의된 의제를 점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관계자는 "의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듣고 향후 논의방향이나 절차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며 "진지하고 뜨거운 분위기 속에 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오전.오후 두 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출구전략 및 무역불균형 해소,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금융기구 개혁 문제가 다뤄졌다.
참가국들은 세계경제의 회복기조를 공고화하기 위해 당분간 확장적 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지만 각국의 사정에 맞춰 출구전략을 시행하더라도 정보공개, 의사소통 등 국제공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마이크 캘러한 호주 재무부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국제공조가 잘돼왔고, 앞으로도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안건을 놓고 개별국가간, 선진.신흥국 간 입장차도 드러나 향후 협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속가능 균형성장 협력체계' 정착방안의 경우 최근 들어 무역분쟁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큰 의제로 분류됐다.
중국 리융(李勇) 재정부 부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불균형 문제에 대해 "각국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중.미 간 이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수입증가가 수출증가보다 훨씬 빨랐다"며 "중국 역시 내수진작 정책을 폈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여했다"고 언급, 중국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문제 역시 적극 도입론을 강조하고 있는 신흥국과 달리 신흥국의 부상을 꺼리고 비용부담 증가를 우려한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제다.
캐나다의 티프 맥클렘 재무부 차관보는 "금융안전망은 금융위기 때 외환의 급속한 이탈에 대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좋은 문제제기이지만 이제 논의의 초기단계"라고 추가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의 지분 일부를 신흥국에 넘기는 금융기구 개혁 문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각국이 주요 의제에 대해 취한 입장은 그간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혀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28일 오전 금융규제 개혁, 에너지 보조금 축소.철폐, 금융소외계층 포용, 기후변화 재원마련 등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에는 재무차관 운영위원회(steering group) 회의를 별도로 개최해 주요 의제의 진행 방향을 점검.평가하고 향후 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직전.현재.차기 의장국인 영국.한국.프랑스와 직전 정상회의 개최국인 미국, 차기 정상회의 개최국인 캐나다 재무차관이 참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