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국민연금은 국가기관 아니다-과세대상"…파장예고
작년말 일몰이 도래해 올해부터 공모펀드·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가 과세로 전환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이 증권거래세 과세는 부당하다며 1월과 2월에 납부한 126억원의 증권거래세를 반환해달라고 한국예탁결제원에 청구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24일 국민연금공단과 기획재정부 그리고 한국증권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6일 증권거래세를 원천징수해서 국세청에 납부하는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에 공문을 보내 증권거래세 납부액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작년말 세법 개정 때 일몰이 돌아와 과세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증권거래세를 비과세 한다'는 증권거래세법을 꼼꼼히 따져보니,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증권거래세 비과세 대상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증권거래세법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은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이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에 소송으로 비화돼 법정에서 과세여부를 가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연말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꾸면서 국민연금공단 등이 혜택을 누려왔던 증권거래세 면제 근거조항을 삭제했다. 세법에서 일정기간만 혜택을 주도록 일몰기간을 정해놨기 때문에 더 이상 혜택기간을 늘려주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바뀐 세법에 따라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증권거래세 면제에서 과세로 전환된 곳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설치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그리고 공무원연금 등 모두 43개 기관이나 된다.
국민연금공단의 뜻이 그대로 관철될 경우 증권거래세와 관련한 무더기 환급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것. 국민연금의 증권거래세 반환요청이 다른 기금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연금공단 외에 기금을 운용하는 다른 기관들이 예탁원에 증권거래세 반환청구를 요구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금공단이 예탁결제원에 증권거래세 반환요청을 한 것은 결제원이 증권거래세 원천징수기관이기 때문. 공단이 직접 국세청에 경정청구 등의 불복절차를 밟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예탁결제원이 국세청에 경정청구나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밟은 이후에도 공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 아니냐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단의 반환요청을 받은 예탁결제원은 각 증권사별 납부액 파악이 끝나는 대로 관할 세무서인 영등포세무서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월과 2월 주식을 매도한 증권사가 38개에 달해 거래내역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공단 "국가기관인가 VS 아닌가"
국민연금공단이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키는 과연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느냐가 쥐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증권거래세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법상 국가기관인 국민연금공단도 증권거래세가 비과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민연금법에선 기금 관리·운용의 주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하고 있고, 공단의 기금운용본부는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기금처럼 비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펄쩍뛰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국가기관에 해당돼 특별회계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는 같은 기관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게 재정부 입장이다.
■공단, "근거 법도 없는 예규에 따른 과세"…법리싸움도 치열
국민연금공단은 공단에 대한 증권거래세 과세는 법 규정에도 없는 예규에 의한 과세라고 주장한다. 지난해말 공모펀드·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 비과세가 일몰되면서 갑자기 과세대상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1993년 6월 당시 재무부 유권해석에서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매도가 증권거래세 비과세 대상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이후 계속 비과세 혜택을 받아왔는데, 지난해말 새로운 유권해석 때문에 증권거래세가 과세되고 있다는 것.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말 열린 국세예규심사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공단을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이라고 결정했다. 국가재정법 별표2에 규정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금이 올해 1월부터 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 했던 것.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말 유권해석을 내리기 전에도 국민연금 등 기관의 관리·운용주체가 중앙관서장인 기금은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에 해당됐다"며 "작년말 유권해석은 해당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월 중순경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에 국민연금 등 43개 기금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을 넣으려고 했으나, 조세특례제한법 제117조에 이미 과세근거규정이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법에 명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재정부는 덧붙였다.
국민연금공단은 예규를 통해서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이 결정됐다고 생각하는 반면, 이미 조특법에 명시돼있다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으로 입장 차가 있는 상황이다.
■"거래세 年700억 납부-국민연금 혜택 줄어들 것"
국민연금공단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 국민들에게 가는 연금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것도 공단측의 하소연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 연간 750여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그만큼 연금가입자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월과 2월 증권거래세로 76억1500만원과 50억4400만원 등 총 126억5900만원을 납부했다. 연간 단위로 계산하면 약 7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적립기금은 280조원, 가입자는 1862만명. 실제 거래세는 국민연금공단이 납부하지만, 해당 재원은 연금이기 때문에 연금가입자에 대한 혜택도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