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4244억원 가운데 300억만 인용…나머지 '기각'
조세심판원이 국민은행이 제기한 4243억9284만원 상당의 조세심판청구와 관련해 최근 300억 가량만 인정해주고 나머지 3900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선 "국세청 세금부과가 정당하다"며 기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지난 25일 4개의 쟁점으로 구성된 국민은행의 조세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약 300억원의 세금이 걸린 2건의 쟁점에 대해서만 은행측의 손을 들어줬을 뿐, 3900억원이 걸린 2건의 쟁점에 대해선 기각으로 최종 결정했다.
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심판청구가 접수됐던 지난 2007년 8월 13일로부터 무려 2년 7개월이 지나서야 내린 결정이었다. 그만큼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의 심판청구는 4가지 쟁점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이 100% 자회사인 주은산업이 지난 2002년 도산할 위기에 처하자 채권·채무 재조정을 통해 이자율 0%를 적용해 대출금이자 280억원을 감면해 줬고, 이에 대해 국세청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 맞는지가 첫 번째 쟁점.
또 자신들이 설립한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로부터 2003년과 2004년 배당을 받고도 미수배당금으로 남긴 1233억7400만원에 대해 국세청이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봐 지급이자 27억6086억원과 인정이자 68억3608억원에 대해 세금을 물린 것이 적법한 것인지도 쟁점이 됐다.
이와 함께 세 번째 쟁점은 국민은행이 80% 지분을 갖고 있는 KB자산운용에 MMF상품을 팔면서 운용수수료를 준 것과 관련해 국세청이 수수료를 13억1465만원만큼 과다하게 지급한 것을 문제삼아 세금을 부과한 것의 적법여부.
마지막으로 가장 큰 세금이 걸려있으면서 최대 쟁점이 됐던 것은 국민은행이 지난 2003년 74%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신용카드를 합병하면서 승계한 1조2664억533만원 규모의 대손충당금 문제.
이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4년 종합감사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했고, 이로 인해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사임까지 몰고 가게 했던 내용이다.
금감원은 당시 국민은행이 합병과정에서 요건 미달로 이월결손금을 승계할 수 없게 되자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피하려고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해 국민신용카드가 이미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까지 환입하게 해서 채권을 승계한 뒤 합병 뒤에야 대손충당금을 장부에 올려 비용을 늘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 문제에 대해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합병과정에서 국민신용카드의 이월결손금을 승계받지 못하게 되자, 오로지 조세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민신용카드의 채권을 고가로 인수한 것"이라고 판단,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
심판원은 이번 결정(국심2007서4946. 2010. 3. 25)에서 국민은행이 주은산업과 자산유동화전문회사와 거래한 것과 관련한 처음 2건의 쟁점에 대해선 "국세청 세금부과가 부당하다"며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된 세금은 약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심판원은 그러나 은행이 KB자산운용에 MMF상품을 팔면서 운용수수료를 13억1465만원만큼 과다하게 지급한 것에 대한 국세청 세금부과는 적법한 것으로 봤다.
국민은행이 같은 시기에 MMF상품을 팔았던 랜드마크와 미래에셋투자신탁에는 운용보수비율을 25%로 책정한 반면, KB자산운용에는 30%로 준 것은 "특수관계자에게 다른 회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는 국세청 판단을 그대로 인정한 것.
심판원은 특히 가장 큰 쟁점과 관련해선 "국민은행은 국민신용카드의 이월결손금을 승계받지 못하자, 조세회피목적으로 국민신용카드가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을 국민은행이 승계해 손금에 산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조세회피만을 목적으로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국민은행의 회계처리는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부당한 행위로 보인다"며 "국세청 세금부과는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다.
한편, 조세심판원이 국민은행의 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3900억원이 넘는 세금부분에서 기각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민은행이 관련 세금부과의 적법여부를 다투려면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이제 막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에 대한 통보를 받아, 내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소송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