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업계, 원화-외화 재무제표 작성 부담
금융기관 화폐성-비화폐성 항목 구분…세법개정 필요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는 우리나라 원화 이외의 통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기업의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주된 경제환경의 통화인 '기능통화'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해외 영업활동이 많은 기업들에게 편리한 개념이다.
문제는 현행 법인세법에 기능통화의 개념에 대해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
세법에서 원화만을 기능통화로 인정하면 외화를 기능통화로 하는 외국법인의 자회사나 항공·해운·조선업체 등은 원화기준과 외화기준의 이중장부를 유지해야 한다.
즉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외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더라도 별도의 원화 재무제표를 만들어 세무조정을 해야 세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 외화가 기능통화면 '이중장부' 필수= 현행 법인세법에는 국외지점 등의 외화표시 재무제표를 본점의 재무제표와 합산하는 경우에는 원화로 환산한다고 돼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원화가 기능통화임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항공운수업이나 해운·조선업 등 원화가 아닌 외화를 기능통화로 하더라도 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세무조정을 하려면 원화를 기능통화로 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법에도 기능통화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IFRS를 도입한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을 비롯해 앞으로 IFRS를 도입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세법상 기능통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세무당국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태섭 단국대 교수는 "무역장벽이 없어지고 전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무역거래가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중 기능통화를 사용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며 "법인세법에서도 기능통화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기관의 외화환산도 문제= 현행 기업회계기준과 법인세법에는 은행업의 경우 외화자산부채에 대해 보고기간 말 현재의 적절한 환율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화폐성과 비화폐성 항목을 구분해 다르게 적용한다.
화폐성 항목은 결산일의 마감환율을 적용하고, 비화폐성 항목은 역사적 원가로 측정되면 거래일의 환율을, 공정가치로 측정되면 공정가치 결정일의 환율을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에 의해 회계처리하는 경우에는 외화 비화폐성 항목에 대한 세무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와 관련해 "은행 등 금융기관은 회계처리준칙에 의거해 외화자산부채에 대해 일괄적으로 원화로 환산하는 것을 세법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화폐성과 비화폐성으로 구분해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게 세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