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저소득자 A씨는 지난 3월 말 가족의 수술비가 급하게 필요해 '마이너스 통장, 누구나 가능' 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대출광고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이 업체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도 향상을 위한 전산작업에 필요하다"며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요구했고,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별다른 의심없이 퀵서비스를 이용해 예금통장 등을 보냈다.
이틀 후 A씨는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다른 통장의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지만, 출금이 되지 않았다. 해당 은행 직원은 "본인 명의의 통장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되고 사기범이 피해금을 인출해 다른 금융회사 예금통장의 비대면 인출거래가 제한되고 창구거래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블로그·카페, 스팸메일·문자 등의 대출광고를 통해 이러한 신종 사기수법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출사기업체는 대출가능여부를 문의하는 저신용자에게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으려면 장기간 사용중인 통장의 거래내역이 필요하니, 통장을 잠시 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든 후 대출해주겠다"고 속였다.
이렇게 예금통장(사본)과 현금카드를 넘겨받은 업체는 전화금융사기 및 메신저피싱 사기단에 팔아 넘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대출 사기업체는 대출희망자와 접촉하면서 '대포폰'을 사용하고,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퀵서비스나 택배 등을 통해 받는 등 신분을 철저히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희망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사기피해자가 피해금을 변제해야하는 등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급전대출을 미끼로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빌려달라는 요구에 절대로 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긴급한 자금이 필요하면 제도권 금융회사에 찾아가 대출상담을 받거나, 금융회사가 공동출자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 이지론의 '서민맞춤대출 안내서비스(02-3771-1119)'를 이용해 대출이 가능한 곳을 찾아보면 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만일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빌려줬다가 피해를 입었다면 금감원 사이버금융감시반(02-3145-8522~5) 또는 사기업체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