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국 경제, 19세기말 '고립'으로 회귀시킬 것"
"세금 인상, 가격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 전가"
국내기업 공급망 혼란·보복 관세 따른 수출 감소도 우려
UBS "10% 보편적 관세, 주식 시장 10% 위축시킬 것"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대규모 관세 인상 정책이 그의 1기 행정부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진 로이터>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대규모 관세 인상 정책이 그의 1기 행정부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추진될 그의 관세 인상 정책이 국제 무역 질서를 크게 뒤흔들고, 물가 상승,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세계 각국과의 경제적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 칭하며 수입을 억제하고 국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에서 20%에 달하는 보편적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혹은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는 100%, 200%, 심지어 1000%에 달하는 관세를 제안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이 1890년 높은 무역 장벽을 가졌을 때 가장 부유했다고 발언했으나 이는 허위 주장이다. 그는 이번 주 시카고 유세 현장에서도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tariff)다"라며 "나는 관세를 신봉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이 부분적으로만 시행되더라도 그의 첫 임기보다 더 파괴적인 무역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경제를 최근 몇십 년간 발전해 온 글로벌 상호 의존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하고 19세기 말 고립된 상황으로 회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인들은 과일, 채소, 커피와 같은 해외 식료품 필수품의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은 새로운 공급망을 파악하거나 소비자 비용을 인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국가들이 이에 대응, 보복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 제조업체는 해외 주문량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수입품을 국내 생산자가 대체할 때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본다. 피터슨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미국의 판매되는 신발의 대부분과 토마토의 90%는 수입품이다.
조셉 폴리타노 경제 분석가는 "커피, 바나나, 아보카도와 같은 식품을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규모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후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다트머스대의 더글러스 A.어윈 경제학자는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계획을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엄청날 것이고 그 역풍은 훨씬 클 것이다. 예상을 훨씬 벗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며 "이를 찢어내고 뜯어내는 것은 미국에 엄청난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방식으로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약 3600억달러 규모의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등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이제 관세 영향을 받는 수입품의 양을 9배 이상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광범위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캠프 측은 관세가 다른 국가의 비용만 증가시킨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수입업체가 정부에 지불하는 관세가 가격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매년 중국산 전자제품, 남미와 캐나다산 식품, 인도와 멕시코산 의약품 등 약 1조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입한다.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 따르면 이러한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가 20%로 인상할 경우 향후 10년간 4조달러 이상이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월가와 세계 시장에도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Fed)와 컬럼비아대가 올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당시,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한 2018년과 2019년의 11일 중 9일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AXA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페이지 경제학자는 "포괄적 관세는 약 6개월 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기 전에 일회성으로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10%의 보편적 관세가 주식 시장을 10% 위축시킬 것으로 예측한다.
전 세계 기업과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WP는 국내 몇몇 경제 자문가들을 인용, 최근 몇 주간 유럽, 남미, 아시아의 외교관과 기업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의도와 권한 범위에 관해 자문을 구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