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추경하라".. 정부 '세수펑크' 대책에 쏟아진 질타

"국채 추가 발행과 가용 재원 활용 등 두 가지 방안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용 재원 활용)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대외신인도가 악화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기획재정부 및 소관기관을 대상으로 개최한 국정감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부족 시 추경편성이 원칙 아니냐"는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는 국정감사에 앞서 3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에 대한 대응방안을 밝혔다. 크게 기금 및 특별회계 가용재원 활용, 지방교부세 배정 유보, 불용 등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외국환평형기금 4~6조원, 주택도시기금 2~3조원 등 기금 여유재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18조원을 불용 처리했던 지방교부세는 올해 6조5000억원 규모의 집행을 보류한다. 아울러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불용 처리해 마련한 7~9조원의 불용액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선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외평기금은 환율의 급격한 상승 또는 하락을 막고,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재위 현안보고에서 최상목 부총리가 세수결손 대응 방안으로 외평기금 활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 세수 재추계 방안에서는 4~6조원의 외평기금을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며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금액은 대체 몇 조냐"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외평기금의 전체 재원은 270조원이 넘어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며, 외환보유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각종 기금에서 재원을 빌려 쓰는 게 맞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에는 "여유 재원을 빌려 쓰는 것이며, 기금 자체의 여유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교부금 감액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지난해 큰 규모의 불용과 더불어 어려운 지방경기 탓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여력이 열악한 상황인데 또 교부금을 줄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를 통해 기초지자체의 상황까지 모두 파악했다"며 "전체적인 협의를 통해 큰 틀에서 보고 드린 것이고, 어려움이 있는 기초지자체는 지방채를 인수하는 등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에서 심의 의결된 사업들이 불용되지 않도록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이를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이렇게 큰 규모의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추경을 편성해서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채무를 늘리지 않고 대응하겠다는 말을 발복하는데 내년 정부의 국고채 발행 규모가 200조원이다. 공자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돌려쓰기를 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올해보다 42조 8000억원 늘어난 수치고 순발행 물량만 83조 7000억원이다. 이게 조삼모사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일각에선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이라는 정부 발표 제목에 대해 정확히는 '세수결손에 따른 대응방안'이 아니냐며 기재부가 세수결손 사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주질의에 앞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여러 의원들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재추계 방안을 언론에 미리 알리고 국회에는 사후 통보하는 방식으로 국회를 패싱했다고 반발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현재 발표한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추진 방향"이라면서도 "이러한 과정에서 앞으로는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