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카타르 '인권 재앙' 반복 우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공식 확정되며 전 세계 인권 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1일(현지시간) 211개 회원국이 참가한 화상회의에서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3개국이, 2034년 월드컵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데 대한 큰 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우리의 강점과 역량을 활용해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함으로써 특별하고 전례 없는 FIFA 월드컵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대회 모두 단독 후보로 사실상 개최가 확정된 상황이었으나 전 세계 인권 단체는 인권 논란 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반대해 왔다.

국제 앰네스티를 포함한 21개 인권 단체는 이날 FIFA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제 앰네스티의 스티브 콕번 노동권 스포츠 책임자는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인권에 대한 FIFA의 의지가 가짜임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유럽 축구팬들을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 Football Supporters Europe(FSE)는 "축구가 정신을 잃은 날"이라는 입장을 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가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65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가 극심한 더위,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하며 국제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아울러 일부 비평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스포츠 워싱"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는 "여성 인권과 언론 탄압, 성적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인권 취약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월드컵 개최는 그 차제로 스포츠 워싱"이라며 "이주 노동자들 또한 임금 체납, 강제노동 등 광범위한 학대에 노출돼 있다"라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