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노골적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 부자의 지분이 많은 비상장계열사 '밀어주기'는 남다르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도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개인 지분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이익률은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의 이익률이 상장사 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자칫 현대자동차 소액주주소송으로 까지 이어져 경영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 친족 지분 100% (주)이노션... 그룹내 최고 경영성과
비상장 계열사 밀어주기의 대표적 케이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성이, 정의선 등 3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주)이노션이다. 순이익률이 23.3%로 그룹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005년 설립 후 이익이 누적된 순자산가치도 자본금의 24배나 된다.
이노션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특히 2009년 이후 급성장해 2년 만에 자산과 매출 규모는 2배가 되었고 이익은 3배가 넘게 커졌다.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고문이 각각 20%, 40%,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 그룹사 의존도 50~80% 이노션, 상장땐 출자액 170배 돈벼락?
업계에서는 이노션의 급성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사 매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이노션이 제출한 기업집단 관련 공시자료를 보면 계열사 매출이 1,640억원으로 국내 매출의 56.3% 수준이다. 그중 현대차 62%, 기아차 26% 등 두 회사가 88%를 매입해 주고 있다.
계열사 채권도 전체 영업관련 채권의 80%를 웃돌고 있어 영업의 50~80%가 현대차 등 그룹사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그룹사 영업비중이 큰 이노션이 23.3%의 순이익률을 내고 있어 그룹내에서 이익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고업계 선두를 달리는 제일기획의 순이익률이 11%인 것과 비교하면 이노션의 이익률은 두드러지게 높은 편이다.
납입자본 대비 순자산가치도 23.7배에 달하는데 이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고문의 투자자산이 23.7배로 불어 났다는 얘기다.
최근 증권가에는 이노션의 기업공개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소문대로 이노션이 상장된다면 90억원을 출자한 정회장 등 3명이 벌 수 있는 돈은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해도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동종 업계의 PER 19.94를 적용시켜 보면 주당 89만원에 주주 총수익은 무려 1조6000억원으로 출자금의 170배가 넘을 수도 있다.
■ 정몽구 회장과 정회장 친족, 14개 계열사 지분 보유
이노션 외에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친족은 현대차 그룹 13개 계열사 지분을 더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9개사,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7개사 주식을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규모가 큰 상장사 주식을, 정의선 부회장은 비상장사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몽구, 정의선 부자 외에도 딸 정성이, 정명이, 정윤이 그리고 사위 신성재, 정태영 조카 정일선, 정문선 등이 현대차, 해비치호텔, 현대비앤지스틸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친족 출자회사와 비출자회사... 경영성과 눈에 띄게 달라
현대차 그룹의 각 회사가 공시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현대차 계열사 가운데 정회장과 친족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경영성과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회장과 친족이 지분을 갖고 있는 14개 회사의 작년 한 해 당기순이익 합계액은 10조3천억원이다. 그룹 당기순이익 총액이 11조8천억원이므로 친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그룹 전체 이익의 88%를 차지했다. 친족 지분이 없는 나머지 42개 회사는 12%에 불과하다.
이익률을 보면 친족 출자회사가 평균 7.7%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친족 미출자회사는 대부분이 5%의 이익도 못낸 데다 적자 회사도 12개사에 달했다. 친족 출자 회사의 경우 적자가 난 회사는 하나도 없다.
자본이익율과 자본축적 규모를 알 수 있는 순자산비중도 친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계열사만의 출자로 이루어진 회사 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익률의 경우 친족 출자회사 안에서도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크게 달랐다.
상장된 회사의 순이익율은 6.0%인 반면 비상장사는 10.2%로 나타났다.
이익이 일반주주에게 분산되는 상장사 보다 친족과 계열사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 갈 수 있는 비상장사의 이익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 현대차 주주들, “소액주주의 이익 빼돌린다” 반발
현대차 계열사들의 자본축적 현황을 살펴 보면, 친족 지분이 큰 순서대로 돈도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순자산비중 상위 10개사 중 7개 회사가 친족 출자 회사인데 지분율이 큰 1, 2, 3위가 순자산비중 1, 2, 5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친족회사에 대한 이익집중 현상에 대해 현대차의 소액주주 A씨(서울 서초동. 57)는 "현대자동차가 정몽구 회장 일가 소유의 비상장계열사에 높은 이익을 남겨주며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2008년에 이어 또다시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차의 주주수는 21만명, 기아차는 32만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