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에 사는 A씨는 지난 10월 현대캐피탈로부터 대출 권유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주민등록증 및 통장 사본을 상담원의 팩스로 발송했고, 보증보험 수수료 명목으로 201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캐피탈 직원이 아닌 대출 사기꾼들이었다.
낮은 이자에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각종 수수료 및 이자를 받아 챙기는 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 등 대형 캐피털 금융회사들의 이름이 사기에 악용될 경우,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어 우려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불법 사금융과 관련된 상담 및 신고는 8만7237건을 기록했다. 이 중 대출 사기는 2만1334건(24.5%)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만9320건(959%)이 급증했다.
대출 사기는 저금리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을 빌미로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통장 사본 등을 빌리는 수법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타인의 명의로 개통한 대포폰이 사용되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
또 피해자들은 대출을 수월하게 받기 위해 신용 등급 상향 조정에 필요한 수수료나 보증금, 담보 및 공증 비용 등을 입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기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면서 금융회사의 전화번호와 비슷한 1577, 1588, 1688 등 4자리 국번이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센터(전화번호 1332)를 설치하고, 사기 계좌를 신속하게 정지시키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김병기 금감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대출 알선 및 대출 광고가 문자메시지로 오면 해당 번호로 전화하지 말고, 114 안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금융회사로 직접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대출 과정에서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사기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대출 사기 피해자들이 3%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새희망힐링론'을 운영하고 있다.
새희망힐링론은, 연 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여도 신용 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500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