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용으로 사용하던 부동산을 비영리사업용으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경우 용도를 변경할 당시 부동산의 시가와 장부가액과의 차액을 고정자산의 처분이익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최근 "임대사업에 사용하던 부동산을 학교 운영시설로 사용하기 위하여 고유목적사업에 전입하는 경우 부동산의 시가와 장부가액의 평가차익은 고정자산의 처분이익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
언뜻 수익사업에 사용하던 부동산을 단순히 그 용도를 변경하여 비영리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고정자산의 처분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과세관청이 왜 위와 같은 과세처분을 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과세처분의 배경에는 다소 생소한 비영리법인의 세무처리상 특수한 제도인 구분경리에 있다. 비영리법인은 영리법인과 달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비영리사업에서 소득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소득은 공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법인세 납부의무가 없다.
다만, 비영리법인도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인세법은 제조업·임대업 등 수익사업에서 생기는 소득, 이자·배당소득, 고정자산 처분이익 등 일정한 소득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법인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분경리는 비영리법인이 위와 같은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자산·부채·손익을 수입사업에 속하는 것과 비영리사업에 속하는 것을 각각 별개의 회계로 구분하여 경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영리법인의 사업 중 법인세 과세대상이 되는 수익사업의 소득만을 정확하게 계산함에 그 목적이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쟁점이 되었던 사안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인 임대업에 사용하던 부동산을 비영리사업인 학교시설의 용도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구분경리에 따라 위 부동산을 수익사업회계에서 비영리사업회계로 전입한 사안이었다.
과세관청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회계상으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비영리사업회계로 이전한 것을 고정자산의 처분으로 보아 과세처분을 하였다. 특히, 과세관청이 2012년 '학교법인이 수익사업회계에 속하는 자산을 비영리사업회계에 전입한 경우 그 자산의 가액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며, 자산의 평가이익(장부가액과 시가와의 차액)은 전입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수익사업의 익금에 해당하는 것임'이라고 유권해석을 하였던 것이 과세처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회계에 속하는 부동산을 비영리사업회계에 전입한 것이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시가와 장부가액의 평가차익을 고정자산 처분이익으로 볼 경우 실제 처분하지 아니한 미실현이익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발생하며, 구분경리를 위한 규정이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수익사업의 용도로 사용하던 부동산을 비영리사업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고정자산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영리법인의 경우에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의 용도로 사용하던 부동산을 비영리사업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 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실제로 외부로 유출되지도 않은 자산을 미리 처분된 것으로 의제하여 그 당시 시가와 장부가액의 차이인 미실현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대법원 판결이 법인세법의 문언이나 법리에 부합하고, 결론에 있어서도 타당하다.
대법원 2016.8.18.선고 2016두3117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