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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진주목걸이냐 다이아몬드냐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7.11.22 08:30

한가롭고 호사스런 보석놀음이 아니다. 아시아와 태평양, 인도양에 걸쳐 미국과 중국 두 고래들 간 해양패권 각축의 틈바구니에서 새우 등 터지는 한국 외교의 속앓이다.  

동남아와 인도양의 주요 항구를 '진주목걸이'처럼 꿰려는 중국의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전략에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4국이 '4각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한국이 자칫 '장기판의 졸'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는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을 계기로 급부상했다. 트럼프는 첫 방문국 일본에 와 '대통령으로서 인도-태평양지역 첫 방문'이라고 운을 떼었다.

베트남에 도착해서는 “인도-태평양의 심장부에 와 영광이다”며 한 술 더 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도발행위를 일삼는 중국을 비난하면서 보라는 듯 인도를 치켜세웠다. 미국이 입만 열면 되 뇌이던 '아시아-태평양'은 어디가고 난데없는 '인도-태평양' 타령인가.

마닐라에서 아세안 정상회담에 열리는 동안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관리들이 지난 2007년에 발의했다 2008년에 접어버린 '4자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ailogue), 속칭 '다이아몬드 대화'를 새롭게 재 출발시켰다. 

'인도-태평양'은 심지어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도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고 돼 있다.

'인도-태평양'개념은 인도 해군 출신 학자인 구르프리트 쿠라나가의 '해양 라인의 안전: 일본-인도 협력의 희망' 논문에서 비롯됐다. 아베 일본 총리가 2007년 인도 방문 때 의회 연설에서 이를 외교전략으로 구체화했고, 동맹국 미국과 호주를 끌어들여 4개국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에워싸 중국의 팽창주의를 억제하는 '다이아몬드 동맹'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호주 정부는 2013년 국방백서에 이 개념을 명시했고, 트럼프는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협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비록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폐기시켰다지만 이 지역에서 힘을 덜면서도 중국의 확장주의에 맞서는 맹주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는 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4개국은 각료급회의는 물론 정상회의까지 창설한다는 계획이라니 구체화된다면 대(對)중국 안보포위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개념에서 반중 포위망은 태평양 연안의 아시아 국가와 동맹해 중국 연안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이 포위망이 남·동중국해에서 인도양 및 서태평양 해역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중국이 반발할 만도 하다. 

더구나 인구대국 인도가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6위로 급격한 경제발전을 거듭하면서  아시아판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 1962년 티베트 독립 문제 등으로 중·인 전쟁을 벌였고 인도의 야심찬 경제개발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일·인 3국은 지난7월 인도근해에서 군사훈련을 했고 지난 10월엔 벵골만에서 3국 간 합동 훈련을 하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분주하다. 왕이 외교부 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시진핑은 APEC 정상회의 직후 라오스와 베트남을, 리커창 총리는 10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하는 등 중국 서열 1, 2위가 동시에 동남아시아 국가에 구애에 열을 올렸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제재가 슬금슬금 풀리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한국이 대가로 한·미·일 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등의 소위 '3불(不)' 약조를 해줬다는 의심과 함께 한국이 '인도-태평양'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의 사전포석이라는 추측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은 반도국가여서 해양 전략과 대륙 전략을 모두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 이 개념이 처음으로 언급되고 트럼프가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미래에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것이 고작이다.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전략 사이에서 한국외교의 역량이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가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일대일로 건설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공개했다.

그에 앞서 청와대는 한·미 공동 언론 발표문에 '아시아-태평양' 대신 들어간 '인도-태평양' 표현에 우리정부는 동의 않는다고 했다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 미국 측의 불만을 샀다.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하면서 중국 등과의 관계도 다양하게 발전시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표명한 신북방정책과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신남방 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연결시켜 유라시아 외교의 큰 그림도 물론 그려야한다. 하지만 미․중 양측의 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쏠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럴 때 일수록 고도의 전략적 모호성이 요구된다.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일본의 의도대로 중국 봉쇄 일변도로 추진될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인도-태평양을 말하면서도, 정작 이 지역 국가들에 무역 남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양자 협정으로 이를 시정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중 기간 미․중간에 253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협력이 발표됐고 중국 역시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일대일로 전략과 다자간 무역협정 등의 지속적인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대결 속에서도 부담을 나눠가지며 협력함이 대세다. 

중국 봉쇄 의도를 이유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섣불리 단언할 경우 미국의 대중 정책을 잘못 읽고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한미동맹의 가능성마저 미리 차단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우리정부가 3국 공동 연합훈련을 거부하는 바람에 동맹국 한국에 대한 워싱턴의 의심은 이미 깊어진 상태다.  

진주목걸이든 다이아몬드든 이는 완성된 것이 아니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공통분모를 찾아 그 모양을 함께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표 '균형외교 전략'과 부합되는 점을 찾아 그 상관성을 살리고 동맹차원에서 협력 폭을 확대해가며 한반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동력을 축적해 나가는 외교적 지혜가 절실하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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