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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설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조세정의 침해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2.22 08:30

올 설 연휴기간 1430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 통행료 575억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한국도로공사 소관의 고속국도 전부에 대하여 통행료 면제조치를 하고, 일부 민자고속도로 회사가 참여한 결과이다. 이러한 고속도료 통행료 면제조치는 지난 추석에 이어 두 번째이다. 면제조치에 대하여 대체로 명절 선물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이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도로공사의 빚이 27조나 되는데도 정부가 나서 거액을 수입손실을 강제로 떠안기는 것은 무거운 짐을 후세에 미루는 것이어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통행료 면제조치의 근거는 무엇일까? 작년에 유로도로법 시행령을 고쳐 추석, 설날의 명절에 통행료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정작 모법에서는 공공성이 큰 특정차량에 대하여서만 면제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두었을 뿐, 이번과 같이 기간을 정하여 차량 전부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모법에 위임근거가 없는 면제조항이라 그 유효성 논란이 당연히 제기된다. 그럼에도 작년 추석 위와 같은 시행령을 근거로 면제조치를 하였고 올 설 연휴에는 두 번째 시행했다.  

고속도로 사업주체인 도로공사는 예상치 않은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기업도 기업일진대 경영원칙에 맞는 자세일까? 결국 그 손실은 종국적으로는 국고, 즉 세금이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수많은 교통수단 가운데 고속도로 이용자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형평의 면에서 조세지출의 원칙에 위배된다.

여하튼 공짜 점심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어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유료도로법을 개정하여 유료도로 관리기관은 설날·추석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고속국도 통행료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른 통행료 면제에 대하여는 국가가 그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정규정은 2019년부터 시행된단다. 이제야 겨우 법적 근거만을 정비해 놓았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치 명절 면제조치는 편법임을 자인한 것이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할 경제주체에 대하여 법으로 명절기간의 통행료 면제를 규정하는 것은 입법만능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다.

유료도로관리자인 공·사기업은 이를 국가의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많은 국민이 좋아 한다고 하여서, 국민에 선심을 쓰기 위해서 기업의 자율결정권을 침해하고 그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는 입법은 신중하여야 한다. 세금은 남의 돈이며 공돈이 아니다.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는 입법은 조세집행에 있어서의 정의를 해친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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