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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6)]

북쪽 가족들에게 상속할 수 있는 방법은

조세일보 / | 2018.05.29 08:40

지난 100년, 한반도의 사람들은 남북을 떠나 과격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유발 하라리의 논법을 가져오자면 인간으로서의 탁월한 적응력이다. 1918년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기였다. 식민지의 백성이었다. 해방 직후의 공간은 소련과 미국의 군정이었다. 군정의 피지배인 이였다.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정치·경제의 경로를 걸어야 했다. 국민이었지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각기 적응하고 살아야 했다. 독재를, 군사독재를, 민주공화국을 다른 한편 공산 독재를, 사회주의 왕조체제를 살아야 했다.

여전히 신민(臣民)의 세월을 사는 이들이 있고, 시민으로서의 어엿한 지위를 회복한 이들이 있다.

도대체 지난 100년 동안 이 수많은 역사와 체제의 부침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분단체제라는 질곡의 역사는 가족사에도 심각한 상흔(傷痕)을 남겼다. 가족은 찢어지거나, 해체되거나 이산의 슬픔을 겪어야 했다.
 
북쪽에 아내와 아들들을 남겨두고 월남한 아버지가 있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큰딸만 데리고 월남했다. 남쪽에서 재혼하고 자녀를 가졌다.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부동산 등 백 억대 재산을 모았다. 그리곤 세상을 떴다. 북에서 데리고 내려온 큰딸과 남쪽에서 생긴 자녀들 사이에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남쪽 가족들에게만 상속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큰딸이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찾아 나섰다.

미국 국적을 가진 선교사들의 도움이 있었다. 운 좋게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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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법원 홈페이지)

흥미롭게도 북쪽 국가보위부 관계자들의 도움까지 동원됐던 모양이다. 가족관계라는 인도주의적 입장이었을 게다. 북쪽에 사는 동생들의 위임장, 그리고 자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전자 샘플이 서울 법원에 제출됐다.

이런 과정은 동영상으로 담겨 역시 법원에 제출됐다. 이후 먼저 친자식임을 확인받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소송'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북쪽 주민으로 살고있는 아들이 승소했다. 그 시점에서 소송에서는 '과연, 북쪽 주민도 남쪽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로 남쪽 자녀들끼리만 상속받은 재산을 나눠달라는, 유산 분할을 청구하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이 제기됐다.

법원은 판결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같은 아버지를 둔 가족이기 때문에 합의가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속재산의 분할에 대한 협의를 권유했고, 32억 5000만원을 북쪽 자녀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재산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 상속재산은 어떻게 북으로 보내야 했을까. 또 이 재산을 누가 관리해야 할까.

남쪽에 있는 재산을 상속받은 북쪽 주민에게 재산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있다. '남북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에 관한 특례법'이다.

법 제13조는 북쪽 주민이 상속으로 남쪽의 재산을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소송의 당사자인 북쪽 주민을 위해 지난 2012년, 서울가정법원은 '배다른' 남쪽 형제가 아닌 더 중립적일 수 있는 변호사를 이 사건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남쪽에 있는 재산을 상속받은 북쪽 주민에게 남쪽 재산관리인을 선임토록 한 첫 결정이었다. 분단국가라서 있을 수 있는 지난 100년의 특수한 역사라서 가능한 독특한 법리요, 판례요, 법이었다.

이와 함께 '남북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북쪽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쪽 재산에 대한 상속권 및 상속회복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의 흐름에 따라 북쪽 가족에 대한 상속 혹은 북쪽 부동산에 대한 회복문제에 대해 부쩍 관심이 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상속설계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왜 의사 출신 아버지는 이런 상속 분쟁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왜 미리 설계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상속설계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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