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소순무 칼럼]

세금은 걷는 것보다 제대로 써야 하는 것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10.18 08:20

23조 7000억원. 올해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초과징수한 세액이다. 정부의 국세수입 목표 268조1000억원의 79.5%를 이미 달성하였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늘었다. 올해 세수가 사상 최초로 3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세청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행정지도와 정교한 자료를 앞세운 세무조사의 공이다. 정부로서는 세수가 풍년이라면 좋은 일이다. 우선은 더 많은 재정지출로 국민에 대한 혜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수가 좋다고 하여 마구 재정을 지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세수풍년이 있다면 세수흉년도 있기 마련이다.

세수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징수행정만 매달릴 수 없다. 먼저 공평한 과세의 틀로 국민들의 납세문화를 선진화시켜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 세법이지만 세법의 개정에 있어 편향성만 깊어지고 있다. 47%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대기업만 법인세율 인상, 특정계층을 겨냥한 종부세 증세방안이 그 것이다.

세제 개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금의 쓰임새이다. 기록적인 세수 호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8월 현재 12조원의 누적 적자로 나타났다. 국가부채는 전년대비 57조4000억원이 늘어 684조7000억원이 되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재정지출에 기반한 공무원 증원 등의 수단을 써왔다. 민간영역에 맡겨도 될 분야도 툭하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 하여 재정지출을 늘려왔다.

각종 복지재원의 누수도 심각하다. 최근 지자체가 국고의 지원을 받는 유치원에 대한 감사결과가 국감 과정에서 알려졌다. 그 결과를 보면 상당부분이 유치원 경영자의 개인적인 쌈지돈으로 쓰여졌다. 유치원에 지원하는 금액이 무려 2조원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세금의 임자는 빼먹는 사람인 꼴이 되었다. 그 직접 피해자는 우리 미래의 싹인 유치원생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다수의 지자체가 인력부족으로 감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식에 접한 유치원 학부모가 들고 일어났다. 줄줄이 새는 국고는 비단 유치원뿐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국고가 지탱하겠는가? 더구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인상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납세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세금이 공돈이 아니라 무서운 돈임을 보여주는 제도와 감시시스템을 개선되어야 한다.

가장 실효적인 것은 납세자 스스로 세금낭비의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유치원 사건은 납세자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로 반전하기 바란다. 납세자가 깨어 있다면 엉망이 되는 나라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