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당시 "비행금지구역 축소 안 된다" 수방사 반대에도 묵살

지난해 정부와 군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비행금지구역(P-73) 축소를 추진할 당시 육군 수도방어사령부(수방사)가 '비행금지구역(P-73)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의 비행금지구역을 축소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상공에 침입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수방사는 지난해 5월 합동참모본부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시 비행금지주역 변경과 관련해 "적(북한)의 공중 공습 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 위협이 감소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P-73 공역을 줄여선 안 된다"고 보고했다.

원래 P-73은 청와대 중심으로 A구역(반경 3.7km)과 B구역(4.6km) 등 총 8.3km(4.5해리) 반경에 설정돼 있었다.

수방사는 "P-73 공역을 줄이더라도 최소 약 5.6km(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B구역이 사라지면서) P-73은 용산 집무실 반경 약 3.7km로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북 무인기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로 내려온 북한의 무인기 1대는 대통령실 일대 반경 3.7㎞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부분으로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 무인기의 '용산비행금지구역(P-73)에 침범 가능성'을 공식 평가한 것은 지난 2일이다.

합동참모본부의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 주 현장 조사를 벌이고 정밀 분석한 결과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보고를 했고, 김승겸 합참의장이 추가조사를 지시하자 2일 현장 재조사 끝에 이 같은 평가 결과를 김 의장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3일 이 같은 평가결과 내용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고,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도 사실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하면서 5일 관련 사실이 공표됐다.

앞서 군은 지난해 12월 27일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이 없다"고 했고, 29일에는 "P-73에 침범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5일 재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북한 무인기가 서울 은평구, 종로, 동대문구, 광진구, 남산 일대까지 왔다 간 것 같다"면서 "용산으로부터 반경 3.7㎞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며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P-73) 침입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