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쥐에 '야마나카 전사인자' 투여하자 시력 회복
후생유전자를 변화시키자 노화 두배 촉진 성공
노화가 앞뒤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역적 과정
◆…젊은 생쥐(왼쪽)와 늙어진 생쥐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구진이 생쥐의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12일(현지시간) CNN·하버드대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블라바트닉연구소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은 DNA 변화뿐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변화도 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 세포의 노화를 되돌리기 위해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 단계로 만든 역분화에 사용했던 4가지 '야마나카 전사인자(Oct3/4, Sox2, Klf4, c-Myc)' 중 3가지를 혼합한 물질을 사용했다. 야마나카 인자는 이미 분화를 마친 체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눈이 먼 생쥐의 손상된 망막 신경절 세포와 노화된 뇌, 근육, 신장 세포에 '야마나카 전사인자' 혼합물을 투여하고 항생제로 이들 인자를 작동시켰다. 그 결과 생쥐의 시력이 되돌아왔고 뇌·근육·신장 세포도 50~70% 수준으로 기능이 회복됐다.
반대로 후생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쥐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DNA가 접히는 방식만 변화시켜 노화를 두배 촉진하는 데도 성공했다.
◆…자료:CELL 홈페이지 캡처
싱클레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노화의 정보 이론'이라고 칭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실험은 노화가 앞뒤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역적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 몸에는 재생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젊음의 백업 사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실험은 노화가 DNA를 손상시키고 질병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과학적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화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긴 손상에 의한 게 아니라 오래된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도 DNA를 읽어내는 능력을 잃어 원래 있던 기능을 상실하는 게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연구의 놀라운 발견은 인체에 본체를 리셋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백업 카피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손상되는 이유와 리셋 스위치를 눌러 본체를 재부팅 함으로써 세포가 게놈을 다시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15년 전부터 노화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연구를 계속 해왔다. 이번 실험에서는 노화를 조절·통제하는 것이 생쥐에게 해당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성공했다. 다음 과제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을 성공하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DNA가 신체의 하드웨어로 본다면 후성유전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면서 DNA 돌연변이를 되돌리는 것보다 후성유전학적 제어 분자를 조작하는 것이 노화를 예방하거나 치료법으로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유전학자 양재현 연구원은 “노화를 바라보는 방식과 노화방지 치료법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