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곳에 세금이 있다(?)" 구(舊)소련 시대, '무자세(無子稅)'라는 세금제도가 있었다.
이 세목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생한 고아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목적세. 오래지 않아 고아들이 모두 성장해 더 이상의 징수목적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의미 그대로 정책목적을 소진한 목적세는 폐지됐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구소련 정부는 이를 폐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목적을 부여했다.
'인구증가정책'이 무자세에 주어진 새로운 임무였다. 20세 이상 독신 남녀와 아이가 없는 부부는 남자 50세, 여자 45세까지 벌어들이는 수입의 6%를 세금으로 납부토록 했던 것.
한 발짝 더 나아가 맞벌이 부부일 경우 쌍방 모두에게 세금을 물도록 했다. 과도한 세금에 짓눌린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배겨낼 수가 없었다.(불임판정을 받은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줬다고 한다)
무자세를 활용한 구소련 정부의 정책목표는 달성된 듯 보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자세가 결혼 1개월 후부터 부과된다는 점에 착안, 결혼 1개월 만에 아이를 낳는 등 '성도덕 문란'이라는 구소련 정부가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맞게 된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성장잠재력 저하의 최대 '리스크'인 출산율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내 들었다. 소수자 추가공제 제도 폐지와 다자녀 추가공제 제도 도입이 골자다.
요지는 간단하다. 자녀가 적은 근로자 가구의 소득공제 혜택을 없애고 자녀가 많은 근로자 가구의 소득공제 혜택을 넓힌다는 것. 자녀를 많이 낳아준 '감사의 마음'을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다. 세금혜택이 줄어든다는데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할 사람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인터넷 토론의 시대'에는 말이다.
물론 소수자 추가공제 제도가 산아제한을 위해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 폐지는 시대상황에 부합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폐지하려 했으면 출산율 등락폭이 빨간색으로 돌아섰을 때 진작 폐지를 했어야 한다.
이미 저출산이 고착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뒷북'를 치고 나왔으니 정부가 여론의 호된 매질을 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
세금 적게 내고 싶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보다 더 정부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지옥'에 가까운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입시만능주의에 젖은 교육현장, 이에 파생된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애 낳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끔 하고 있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이었다.
이 같은 근본에 대한 개혁은 뒷전에 두고 애꿎은 세금정책만 들먹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적 발상이 빛나는(?) 정책을 내놓고 나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무자세'처럼 출산장려를 위한 목적세를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