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연말 쏠림 그만...2회 분납 유도

DB 부담금 67%가 12월 납입 예상

운용적립금 37%도 12월 만기 도래

금융권, 부담금 40% 이상 분납하기로

공공기관, 대기업으로 확대...시장리스크 선제적 완화

매년 12월 퇴직연금의 대규모 자금이동(머니무브)이 반복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권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대기업에도 2회 이상 분납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26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금융협회와 함께 퇴직연금 관련 시장 안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336조원을 넘어서는 등 지속 증가함에 따라,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과 적립금 운용상품의 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경우 머니무브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금융위가 올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상황을 점검한 결과 기업들이 올해 납입해야 되는 DB 신규 부담금은 38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25조6000억원(66.7%)이 12월에 납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말 기준 DB 운용적립금 190조8000억원 중 71조4000억원(37.4%)이 12월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현재 시장상황이 안정적이나 상황 변동에 따라 전년처럼 자금유치를 위한 고금리 경쟁 등 시장 변동성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용자이자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연말에 예상되는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사용자로서 금융회사들은, 12월이 되기 전에 본인들이 신규 납입하는 올해 DB형 퇴직연금 총 부담금(3조2000억원)의 40% 이상을 2차례 이상 분산·분납하기로 했다.

기존 적립금의 12월 만기 도래분(7조7000억원)에 대해서도 만기를 1년 6개월 등 다변화할 계획이다.

각 협회는 금융회사들의 분납 및 만기 다변화를 적극 유도·권고하고 계획과 이행상황을 취합해 금융당국과 공유할 예정이다.

금융회사는 퇴직연금상품을 기업에 제공하는 퇴직연금사업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퇴직연금 상품 제공시 1년 만기 외에 다양한 만기 상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회사채시장 경색으로 일부 금융권에서 유동성 부족이 일어났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타기관의 금리 공시를 보고 더 높은 금리를 사후적으로 제시하는 금리 베끼기(컨닝 공시),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변칙적 원리금보장상품 제공, 수수료(웃돈)를 통해 대기업 등 특정 사업장에만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등 과당 경쟁이 빚어졌다.

이같은 과당경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부에 등록된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비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해서도 퇴직연금사업자와 동일한 공시의무를 부여한다.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임에도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상품의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수수료 수취·제공 금지를 통해 고금리 원리금보장상품 제조 관행도 개선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은 9월중 완료된다.

금융위는 금융권을 필두로 공공기관·대기업에도 부담금 분납을 권고할 예정이다. 분납 유도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관계기관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간다.

연말 납입 예정인 DB형 퇴직연금 신규 부담금(추정)에서 금융권(3.2조원, 12.6%), 공공기관(1.7조원, 6.6%), 대기업(10.4조원, 40.4%) 비중을 고려했을 때, 과반 이상(60% 내외)의 신규 납입액을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급격한 자금이동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앞으로도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을 포함한 상품간·업권간 금융권의 자금이동을 밀착 모니터링해 자금시장의 급격한 쏠림과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업권과 함께 지속 소통·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