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의료 군용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이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white phosphorus shell)을 레바논 공격에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린탄은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까닭에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르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군이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했고, 이로 인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다. 이스라엘은 남부에서 하마스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펴면서 북부에서 헤즈볼라의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고 인화성이 강한 백린 원료를 이용해 만든 폭탄으로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들어져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70도에서 발화해 불이 붙으면 불로도 끌 수 없는 무차별 살상력을 갖고 있다.
그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살아남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국제인도법상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뒤 백린탄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 근처 포대에 백린탄을 준비해둔 모습을 담은 다수 사진을 이번에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의 백린탄 사용은 민간인을 해치는 무차별적 공격이다. 전쟁범죄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부국장 아야 마주브(Aya Majzoub)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해 무차별적으로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스라엘군이 이번 전쟁 때 가자지구에서도 백린탄을 썼다고 주장했다. 당시 봉쇄된 가자지구 내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백린탄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봤지만 검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그간의 백린탄 사용 의혹을 부인했다. 최근 AP통신의 해명 요구에 "백린탄을 연막탄으로만 사용하고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