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준 연도' 적용에도 한국 가계부채 비율 여전히 세계 1위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 세계 1위, 기업 5위

개편 전 가계 부채비율 최고치 105.4%→98.7%

개편 전 기업 부채비율 최고치 122.3%%→113.9%

수치상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리스크 자체 여전

국민계정 통계 기준 연도 개편을 적용해도 한국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준 연도 개편만으로 부채 비율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한 데 따라 100.4%에서 93.5%로 6.9%포인트(p) 낮아졌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122.3%에서 113.9%로 8.4%p 떨어졌다.

이는 한은의 기준 연도 개편으로 지난해 명목 GDP 규모가 2236조원에서 2401조원으로 증가해서다.

한은은 지난 5일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고, 이를 우선 2000~2023년 시계열에 반영했다. 기준년 개편은 5년마다 이뤄지는데 이번이 13차 변경이다.

이번 기준 연도 개편에 따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말 기준 98.7%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도 개편 전의 종전 최고치는 같은 해 105.4%였다. 통상 해당 비율의 100%선이 가계부채 관리의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다만 떨어진 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들도 5~10년에 한 번씩 기준 연도를 개편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새 기준 연도에 따르더라도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 한국(93.5%)을 제외한 33개국 평균치(34.2%)를 크게 웃돌았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 개편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세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수치상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가계부채 리스크 자체가 실질적으로 완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GDP 대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겠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