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등 투자 관련 일몰제도 대거 연장
대기업 조세감면 정비 '헛구호' 그칠 듯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 온 비과세·감면 정비방침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정부는 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논의하고, 기업 R&D(연구개발) 투자 관련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과 조세형평성을 고려해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제도를 과감하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는 중소기업과 서민층 지원제도는 그대로 두고, 고소득층과 대기업 지원 중심으로 정비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투자 촉진방안에는 원천기술과 신성장동력에 대한 R&D비용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공제폭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상위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특히 올해 일몰 예정인 연구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 연구개발 출연금 등의 과세특례, 기술취득금액 세액공제 등 투자 관련 비과세·감면제도 10여개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들 제도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에 지원되는 제도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부의 비과세·정비방침이 대폭 후퇴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연간 2조원이 넘는 세수를 지원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세법 시행령 개정사항이라는 이유로 이번 논의대상에는 제외되고, 연말에 연장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투자 촉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막상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스스로 정해놓은 비과세·감면 정비방침이 오히려 각 제도들이 피해나갈 명분을 만들어준 모습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제도는 이미 연장 방침을 밝힌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지원하는 제도가 대부분인 가운데, 정비하겠다고 공언한 대기업(투자) 관련 제도마저 연장키로 했기 때문에 정비 대상 제도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런 방침에 해당되지 않는 제도는 외국인과 펀드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에도 비과세·감면을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해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제개편과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면서 실제로는 3개 정도에만 정비하는데 그쳤었다.
이쯤 되면 비과세·감면과 관련해 매년 반복되는 정부의 '헛구호'가 올해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