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비트코인 '우주경쟁' 시작..."제도권 자금의 투자 다양화될 것"

코빗 리서치센터, 18일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

주춤하던 스테이블코인, 2024년부터 재증가...트럼프 당선 이후 급증

중장기 비트코인 가격,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 될 가능성 높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안티크립토(Anti-Crypto Assets) 기조와 정반대인 프로크립토(Pro-Crypto Assets)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트코인 전략자산 법안으로 인해 국가 간 비트코인 보유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18일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압박해 온 게리 겐슬러(SEC 위원장)의 '강점기'가 드디어 끝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미국 양원(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크립토 관련 입법을 수월하게 할 것"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환경이 달라질 것을 예상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을 위주로 이미 시장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겐슬러의 후임으로 지명한 폴 앳킨스(Paul Atkins)는 크립토 친화적인 인물이며, 'AI and crypto czar(크립토 차르)'로 임명한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또한 크립토 친화적 인물"이라면서 "이에 따라 차기 행정부와 SEC의 규제 기조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오랫동안 크립토 자산과 사업체의 성장, 그리고 제도권의 크립토 투자에 걸림돌이었던 '증권성' 관련 법적 리스크는 대폭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특히 폴 앳킨스는 크립토가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크립토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고 명확한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아울러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이 발의한 'BITCOIN(비트코인) 법안', 하원을 통과 중인 'FIT21 법안'과 '스테이블코인 법안(Clarity of Payment Stablecoins Act) 등도 크립토 관련 법적 명확성을 개선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규제 및 입법에 미국을 선진사례로 참고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한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 2024년부터 재증가 시작...트럼프 당선 이후 급증

 
김 센터장은 2022년 초부터 2023년까지 지속 감소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024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트럼프 당선 직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은 특히 USDT(테더)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는데, SEC의 전방위 압박으로 인해 크립토 트레이더들의 거래가 저조해졌다가 올해부터 시작된 활황장, 그리고 미 대선 이후 SEC 기조 변화가 감지되자 트레이더들이 시장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토큰화 국채 펀드의 약진도 눈에 띄는 점이라고 밝혔다. 토큰화 국채 펀드는 주로 미국 국채 펀드를 토큰화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스테이블코인과는 다르지만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토큰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유자에게는 유사해 보일 수 있다.

그는 "토큰의 보유자에게는 국채에서 발생되는 수익률(yield)이 지급되며, 발행자와 수익원 면에서 디파이에서 만든 수익형(yield-bearing) 토큰보다 신뢰성이 높다"며 "블랙록의 BUIDL은 출시 직후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함께 타사의 국채 펀드 토큰도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024년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블랙록, 프랭클린템플턴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국채 펀드 토큰 발행을 시작했다. 특히 SEC와의 오랜 소송전을 거의 끝낸 리플은 RLUSD라는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예고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이와 관련 "전 세계에서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미국의 금융 대기업들은 트럼프 취임 이후 규제 환경 개선을 예측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부터는 더 많은 스테이블코인과 국채 펀드 토큰들이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어돕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의 입법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어돕션에 법적 명확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크립토 킬러앱'의 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우주경쟁' 현실화...제도권 자금의 투자 다양화 예상

김 센터장은 업계 일각에서 '비트코인 우주경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한 해,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밀려들어왔다"며 "1월 현물 ETF승인과 올 하반기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도 승인되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제도권 자금의 비트코인 투자는 더욱 다양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이 건전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어 루미스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100만 개를 전략준비자산으로 만드는 BITCOIN 법안을 소개했을 때, 업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우주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법안은 실제로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는 친(親)가상자산 인사를 백악관과 SEC에 배치하고 '도지파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크립토 프레지던트'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센터장은 "크립토 투자와 거래를 금지한 중국(홍콩 제외)에서도 미국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창펑자오(CZ) 전 바이낸스 CEO는 중국 정부도 비트코인을 전략자산화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가격 상승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 예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엘살바도르를 전 세계가 재평가하게 했다"면서 "세계 1위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이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국민연금이 MSTR, MARA 등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매수해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하는 사실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듯 국가 단위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미국의 BITCOIN 법안 시행이 가시화되면 국가 단위의 경쟁, 즉 '비트코인 우주경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면서 "이 시점이 도래하면 국가 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일정 이상 보유하는 것이 선관주의 의무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비트코인 가격,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 될 가능성 높아

김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 즉 비트코인 어돕션, 세계 경제, 그리고 주요국 통화 정책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비트코인은 경제 상황에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트코인에는 대주주도 없고, 대표이사도 없으며, 사업실적에 따른 리스크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24년 트럼프의 재선과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다"면서 "유럽 경제의 침체 우려, 중국 경제의 둔화, 그리고 미국 경제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24년 가상자산 가격이 트럼프에 의해 크게 상승했듯, 2025년 가격 흐름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그에 따른 통화량 증감, 그리고 세계 경제 흐름에 많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