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조용한 말투와 크지 않는 동선, 김덕중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겉으로 보면 상당히 '정(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업무적 측면에서 보면 180도 다르다. 대단한 열정과 추진력을 겸비한 실무형 국세공무원, 김 조정관의 내면이 그렇다.
김 조정관은 주변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리적인 사고로 사리판단이 빠르고 부하직원들을 다독이는데도 신경을 쓰는 '덕장(德將)'형 리더라는 평가다.
□ 인간 '김덕중'이 걸어온 길= 김 조정관은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7회에 도전, 합격증을 거머쥔 김 조정관은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세제실로 자리를 옮겨 짧은 기간동안 세제업무를 담당한 후 다시 국세청으로 넘어온 김 조정관은 이후 천안세무서장, 국세청 정보개발2담당관, 국세청 전산조사과장,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등 국세청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간중간 미국뉴욕 주정부 파견,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근무도 다녀왔다.
2008년 3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부임, 대기업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한 김 조정관은 그 해 12월 행정고시 동기 및 선배들을 제치고 대전국세청장에 임명되는 '파격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다만 김 조정관의 대전국세청장 임명에는 배경이 있었다.
당시 외부의 힘에 의한 조직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국세청은 자발적인 조직개편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대전국세청을 조직개편 시범기관으로 선정, 김 조정관에게 효과적인 조직개편 모델을 만들어보라는 임무를 준 것이다.
지난해 7월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한 이후 김 조정관은 국세청 기획조정관에 임명됐다. 이후 백 국세청장이 추진한 부분적인 조직개편을 포함한 국세청 변화방안 마련에 깊숙이 관여하며 현재의 국세청을 만들어 놓는데 일조했다.
□ "능력과 인품 겸비한 합리적 리더"= 김 조정관은 빈틈없이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소임을 맡기든 무난하게 해낸다는 평가도 받는다. .
이미 국세청을 떠난 전직 간부들이 "앞으로 국세청을 이끌만한 후배 가운데 눈여겨볼 인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김 조정관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는 이유다.
김 조정관은 이에 대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일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러나 김 조정관의 주변 사람들은 "김 조정관은 원래 겸손이 지나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와 일해본 경험이 있는 한 국세공무원은 "재직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그의 흔적이 우리 조직에 남을 만큼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목할 만한 그의 업적은 많다.
김 조정관은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일하는 동안 '고소득 자영업자 관리대책 TF'를 만들어 세원 발굴에 기여했다.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조사전문 인력풀을 활용, 대기업 조사는 전문요원들이 맡도록 해 세무조사 품질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
김 조정관은 업무처리에 있어서 자유로운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부하직원들에게 항상 의견을 묻고 잘잘못을 따져본 뒤 업무 처리방향을 잡아나가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주어진 권한 행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최근 직원 승진 추천권 행사에 앞서 부하직원들의 견해를 일일이 청취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등 주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는 평가.
이 같은 캐릭터로 인해 김 조정관은 부하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기획조정관의 주업무인 국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도 이 같은 합리적 캐릭터를 십분 발휘, 잡음 없이 꼼꼼하게 처리한다. 일각에서는 김 조정관을 '종갓집 맏며느리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 국세행정의 '현재'를 그리다= 지난해 7월 이후 국세청 기획조정관으로 일하면서 그는 백용호 국세청장을 보좌, 국세행정의 현재와 미래상을 그려냈다. 백 국세청장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숨은 세원 양성화'를 도출해 낸 것도 김 조정관의 '작품'.
백 국세청장의 의중을 토대로 국세청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감사관, 납세자보호관, 전산정보관리관 직위를 개방,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방안 등을 적극 추진한 것도 김 조정관이 해낸 일 중 하나다.
국세청 기획조정관실의 한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외부 기관에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면서 먼저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며 "김 조정관을 '롤모델'로 삼는 젊은 사무관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김 조정관은 매일 아침 국세청에 출근, 국선도를 하며 심신을 수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회장으로 있는 국세청 축구동호회(국세청FC)가 중앙부처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데도 일말의 힘을 보탰다.
[김덕중 국세청 기획조정관 약력]
▲1959년 ▲대전 ▲대전고-중앙대-서울대 대학원 ▲행시 27회
▲마산세무서 과장, 해운대세무서 과장, 재경부 조세정책과, 국세청 소득세과, 천안서장, 미국뉴욕 주정부 파견, 국세청 정보개발2담당관, 국세청 전산조사과장, 청와대 파견,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대전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