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 "이벤트성 행사, 기업이 사용료 부담해야"
관세청이 이른바 짝퉁 수출입을 차단 및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수억원을 들여 '위조상품 비교전시회'를 실시하고 있지만, 본래 취지보다는 기업의 브랜드 홍보에만 활용되고 있어 관련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격년으로 실시하는 이 전시회는 사실상 기업 홍보에 이용되고 있음에도 전시회장 이용비용 등을 전액 정부가 부담하고 있어 국민의 세금을 기업홍보에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관세청은 내년도 위조상품 비교전시회 사업 예산으로 3억5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2007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전시회 예산 8000만원보다 4배 가까이 많고, 가장 큰 규모로 역시 코엑스에서 열렸던 2009년 전시회의 예산 2억7000만원보다도 3500만원이 더 늘어난 예산이다.
2007년 이후 전시회 일정이 3일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하루에 1억원씩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
투입되는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홍보효과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 2000년에 6일간 진행된 전시회에서 7400만원의 예산으로 5만500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인 반면, 2009년 2억7000만원을 들여 열린 3일간의 전시회에서 1만7000명의 관람객을 끄는데 그쳤다.
특히 관세청은 위조상품 비교전시회 외에 지재권 보호활동 예산으로 민·관 합동 특별단속 및 감시활동비로 1억1300만원, 소비자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활동비로 2억3000만원을 따로 편성해 놓은 상황이어서 중복예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전시회 예산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전시되는 브랜드가 대기업과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유명 해외브랜드에 집중돼 있는 데다 모두 무료로 전시장을 이용하고 있다
위조상품 비교전시회가 시작된 지난 2000년 이후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온 브랜드를 살펴보면 현대모비스, 롯데칠성, 농심, 오리온 등 국내 대기업브랜드를 비롯해, 루이뷔통, 구찌, 버버리, 샤넬, 나이키, 아디다스, 로렉스 등 해외유명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관세청으로서는 지재권 보호와 짝퉁 반입차단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마련한 행사이지만 이 기간동안 언론 등의 주목을 받으면서 기업들이 얻게 되는 브랜드 홍보효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특히 기업들은 관세청이 마련해 놓은 전시회장 부스를 무료로 사용하면서 브랜드 홍보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는 것.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으므로, 이벤트성 비교전시회의 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사업예산을 동결 내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관세청이 전시회 장소를 임대해서 기업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홍보와 함께 위조상품 억제효과를 별다른 비용없이 누리게 되는 것"이라며 "전시회 사용료를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기업에게 일정부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