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최강 로펌' -稅 신화(下)

합리적 법리 개발에 총력…열정과 전문성으로 승부

세금문제에 얽힌 법정소송의 결과는 분명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희비(喜悲)를 엇갈리게 한다.

법정에 올려진 소송에서 승소한 납세자는 세금부담에서 면하게 되지만 과세당국 입장에선 '부실과세였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고, 납세자가 패소하면 세금부담에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지만 과세당국은 '정당과세'라는 평판을 얻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뤄지는 세금분쟁은 어느 한 분야에서 딱 끊어 해결되지 않고 M&A, 경영권 승계, 이전가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소송으로 비화되는 현상이 빈번,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는 일 또한 잦아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2년간 상대적으로 승소하기 어렵다는 200억원 이상의 대법원 결정사건에서 전승 또는 일부승소로 세액기준 95% 이상의 신화적인 승소율을 기록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존재는 납세자 입장에선 분명 반가운 일이다.

김앤장의 경이적인 승소율은 무엇보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세금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함은 물론, 이들이 합리적인 법리 개발을 위해 열정을 쏟았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앤장의 모 변호사는 밤새 일하다가 새벽 늦게 사무실 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한 경비원이 사고가 난 줄 알고 119에 연락하는 통에 한바탕 소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차를 몰고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고객의 급한 전화를 받고 가족만 남긴 채 그 길로 서울로 올라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대형 M&A 거래에 매달려 밤을 새며 협상에 몰두하고 있는데 자문하고 있는 회사의 담당자가 생일파티를 열어주어 감격했다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는 하루 25시간도 부족한 듯 살아가는 김앤장 구성원들의 열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 원칙론적 법리의 승리…열정과 전문성으로 승부

서울시와 B기업 간의 '등록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에 걸쳐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B기업은 지난 2001년 6월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이 법인 명의로 강남의 빌딩을 매입했는데, 휴면법인을 조세회피에 활용했는가 여부가 법정공방의 단초가 됐다.

서울시는 B기업에서 휴먼법인을 사들인 이유가 부동산 구입에 따른 등록세를 회피할 목적이라고 판단해 해당 구청들로 하여금 252억원의 중과세를 부과 하도록 했다.  

서울시가 근거로 삼은 규정은 5년이 안 된 법인이 대도시의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등록세를 더 무겁게 내도록 한 지방세법 제138조.

당시 서울시는 B기업과 유사한 휴먼법인을 이용한 부동산 취득에 대해 동일한 과세처분(총 853건, 기업수는 277개사, 총 부과액 2915억원)을 했기 때문에 이 건을 선행사건의 개념으로 파악해 총력을 기울였다.

1·2심 법원이 엎치락뒤치락 상반된 판결을 내놓으며 사건의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2007년 4월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조세 회피를 위한 새로운 법인의 설립으로 볼 수 없다'며 B기업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반해 그해 12월 2심 법원인 서울고법 특별1부는 '등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휴면법인을 인수해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이는 실질적인 법인 설립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행정관청의 등록세 중과세는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당시 소송을 둘러싼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외국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김앤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

서울시 측에서도 외국투자자의 조세회피를 비난하면서 실질과세원칙 이외에도 지방세법상 등록세 관련 여러 조문의 다양한 해석에 더해 법인격부인론의 적용 등 다양한 과세근거로 김앤장 측을 압박했다.

이에 김앤장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법리에 맞는 과세냐'이고 법리에 맞지 않는 틈이 있는 과세는 분명 '조세법률주의' 나아가 '법치'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

우선 김앤장은 과세당국이 지난 수십년간 휴면법인을 통한 부동산 취득이 등록세 중과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온 점을 지적했다.

또 본래 외국인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을 취득하더라도 등록세 중과 대상이 아님에도 B기업이 국내 법률의 문언 및 과세당국의 질의회신을 믿고 법인 인수의 방식을 취한 점을 들어 이번 건이 외국투자자를 단순히 비난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김앤장은 법인설립에 대한 회사법의 기본 법리, 지방세법상 등록세 관련 법규 전체 및 조세법상의 실질과세원칙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휴면법인의 인수가 법률적으로 신규 법인의 설립으로 취급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김앤장의 열정적인 법리 전개는 1년4개월 가까이 최종 판결을 미루고 있던 대법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2009년 4월 대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해 당사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설립등기 후 폐업을 한 휴면법인의 주식 전부를 제3자가 매수해 법인의 임원, 자본, 상호, 목적사업 등을 변경했다고 해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설사 그러한 행위가 등록세 등의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그와 같은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는 개별적,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는 이상, 그 행위를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보아 등록세를 중과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 핵심 찌르는 법리 전개…기업의 최고 조세 파트너 '호평'

지난 2008년 A그룹이 법정관리중인 D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 '풋옵션'(put option)이 과세당국에 의해 문제된 적이 있었다.

A그룹은 D사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총 4.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향후 D사의 주가가 취득가액에 이자상당가산액을 합산한 가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A그룹 계열사에게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했던 것.

국세청은 A그룹의 계열사들이 주식을 취득한 비율과 풋옵션을 부여한 비율이 달랐음에 주목하고, A그룹의 계열사 간에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 판단해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해 과세하고자 했다.

또 법정관리기업인 D사에 대한 경영권 인수 과정에 참여한 회사들이 주식을 고가로 거래하며, D사의 기존 주주인 특수관계자들에게 이익을 분여했다고 보아 법인세를 부과했다.

A그룹의 계열사인 A생명보험은 국세청 측에서 85억원의 과세예고통지를 하자 올해 1월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유상증자시 인수가액이 시가에 해당하는지와 D사의 기존주주이면서 청구외법인과 특수관계인 청구법인 A생명보험이 A그룹의 컨소시엄에 포함되지 않아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불균등증자로 인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였다.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 측은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M&A 거래가격은 치열한 경쟁입찰에 의해 결정된 가액이므로 시가로 인정돼야 한다"며 "쟁점주식의 취득가액을 한국거래소의 시가와 비교해 고가로 취득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또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경제적 합리성 유무의 판단은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앤장은 "D사 인수와 관련해 인수대상자, 인수가액 등 주요사항은 입찰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컨소시엄에는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다"며 "사전에 계열사에게 이익을 분여할 의도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주를 인수할지 여부는 주주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닌 것인 바 본 건과 같은 기업 M&A 참여 여부는 개별회사의 전략적 투자결정 사항으로서 세법이 부당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지난 4월 국세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M&A 과정에서 결정된 가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으로서 공정성을 담보로 하는 법원의 관리하에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됐으므로 합리적인 시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판단했다.

또 "이 건 유상증자시의 1주당 인수가격은 법인세법상의 시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한 통지내용은 잘못됐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김앤장은 핵심을 찌르는 법리 전개로 이 사건을 조기에 해결했으며, 동일쟁점으로 묶여 있던 A생명보험, D건설, A사 등이 총 270여억원의 세액을 돌려 받게 됨에 따라 A그룹은 자금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