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내우외환(內憂外患) 형국이다.
하나금융지주로의 피합병 소식에 '상가집' 분위기를 연출하나 싶더니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논란으로 43년 주거래고객인 현대차와 등질 판이다.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동네북이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이 자초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우선 하나금융 피인수와 관련,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죽쒀서 개준 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외환은행은 그동안 "국내은행은 '절대' 안되지만 외국계 은행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외환은행 노조가 중심이 돼 왔지만 이번 하나금융 인수발표를 계기로 노조뿐 아니라 임직원 전체가 같은 입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사실 외환은행 노조는 국내 은행권에서도 '강성' 노조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유일무이 외국환 전문은행으로서, 한때 국책은행 역할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의 자부심의 발로로 해석된다.
외환은행 노조가 국내은행 인수를 반대한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행명 및 상장 유지다. 이는 과거 국민은행의 인수추진의 반대 명분과도 같다.
이에 대해 김승유 회장 등 하나금융 경영진은 '1금융지주 2뱅크' 체제를 유지하는 등 외환은행의 요구를 사실상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자본조달 출처와 론스타의 '먹튀' 문제를 끄집어 내며 '국민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의 '외국계는 되고 국내은행은 안된다'는 식의 논리에 수긍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외환은행이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건 역시 마찬가지.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채권단 멤버인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의 의견은 배제한 채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MOU(양해각서)를 단독으로 체결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외환은행의 일방적 행동이라며 반발하는 한편 현대그룹과 동양종금 사이의 '풋백옵션'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우리은행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는 1조원이 넘는 외환은행 예금을 인출하며 으름장을 놓는 등, 현대건설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간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심화되는 형국이다.
결국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측에 대출계약서를 요청하는 등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채권단 내부는 물론 현대차와의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
이번 계약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 되든 외환은행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물론 외환은행의 MOU 단독체결은 채권단으로부터 위임받은 지위 행사 차원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매각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상의 오류만큼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무리한 현대건설 매각 추진을 놓고 내부에서조차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에게 한 몫 챙겨주기 위한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은 현대건설 매각 주관은행으로서 외환은행의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