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소득 현금수입업종의 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하고자 하는 '세무검증제'가 지난해 정기국회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소관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
지난 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세무검증제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세기본법 개정안, 세무사법 개정안 등 4건의 법안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지난 연말 조세소위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방안에 의문을 가지는 소위 위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수준이다.
탈세 차단과 세원투명성 확보라는 '확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행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
현재 조세소위 여야 의원 9명 중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세무검증제에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는 의원은 기획재정위 한나라당 간사인 강길부 의원과 같은 당 나성린 의원 둘 뿐이다.
같은 여당의원 중에서도 김광림 의원과 이종구 의원은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종구 의원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검증을 하는) 세무사는 국가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의식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김광림 의원은 "과세대상 범위가 너무 넓다. 현실적인 정책실행을 위해 검증대상 소득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당에서의 비판은 더 거세다.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현재도 많은 탈세예방정책들이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세무검증제를 도입하더라도) 모든 고소득 자영업자를 탈세자로 전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투명하게 소득세 신고를 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무검증제 도입에 가장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세무사는 자신을 고용한 의뢰자의 편의에 맞게 세무검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세무사들에게 세무검증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늘리는 것이 낫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고소득 현금수입업종의 탈세차단이라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너무 거칠게 마련돼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내 놓지 않고 있어 자료를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4일 열리는 조세소위에 앞서 정부에 현금수입업종의 소득탈루율이 어느 정도인지 업종별로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함께 세무사라는 일반인에게 공권력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 등을 받아오라는 자료요청을 해 놓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