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성실한 기업 활동 세정지원 필요" 건의
이현동 "애로 개선 노력, 투명 경영으로 국가경영 기여" 당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이현동 국세청장과 대한민국 재계(財界)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기업인들은 기업 입장을 감안한 세정지원을 건의했고, 이 국세청장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애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조세제도와 관련한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은 집행기관의 한계로 인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날 간담회에는 이현동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주요간부들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부회장 등 3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 국세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악화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6.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기업인들 덕분"이라며 "올해도 국내외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투명한 경영으로 시장경제와 국가경영에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진행된 건의 및 답변 시간. 기업인들은 현장에서 느낀 세정관련 애로사항 등이 약속이나 한 듯 쏟아냈다.
첫 번째 건의자로 나선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부회장은 성실납세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제외 우대 혜택의 확대 실시를 건의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수도권은 30년 이상, 수도권 이외 지역은 20년 이상 성실 세금 납부한 중소기업은 5년간 세무조사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너무 엄격한 요건인 것 같다"며"수도권은 20년 이상, 이 외 지역은 10년 이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갈경배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세무조사 제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신고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세무조사 본래 원칙에서 벗어나고 지나친 확대 적용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세무조사 완화 문제는 사업자 수나 지역별 세원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해외 진출 기업의 세정 지원을 위해 전문인력을 해외 주요 거점에 배치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 국세청장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며 "인적네트워크를 많이 쌓아 국가간 상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업 상속과 관련, 상속 시점에 세금을 내야 하는 조건이 가업승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종호 재산세국장은 "정부가 가업상속을 원활하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국세청에서도 여러 의견이 기획재정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양도소득세(양도세) 예정신고 의무와 인센티브 폐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신박제 NXP반도체 부회장은 "주식의 경우 매매가 빈번해 분기별로 양도세 예정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주식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여러 가지 양도세 대상 중 주식만 예정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과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경정청구 기간 연장 ▲납부불성실 가산세 완화 ▲접대비 증빙서류 기준 금액 완화 ▲소득세 서식 간소화 ▲전자세금계산서 신고기한 연장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세금 포인트 제도 법인세 적용 ▲법인세 신용카드 납부 한도 확대 등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최근 통계를 보니 10년 전에 비해 GDP 규모는 1.9배 늘어난데 비해 법인세 부담액은 4.5배, 과세표준도 5.4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우리 기업들이 이익창출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건의된 과세 집행 부분들은 최대한 해소하도록 하고 제도 개선 사항도 많은 건의를 해 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