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방식 도입…타 업종으로 일반화하기 쉽지 않아
조선업계의 위험회피회계 관련 재무제표 표시방식인 LP방식 도입 주장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이사회(IASB)가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LP방식이 도입된다고 해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닌만큼 보다 심도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최세영 이사는 " LP방식 도입문제가 조선업에서 시작되어 마치 특정업종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거액의 장기도급계약, 자국통화가 아닌 외화계약, 해당 국가의 환율 변동성이 큰 산업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공통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위험회피회계를 적용하는 업종 중 조선업계처럼 위험회피관련 금액이 큰 업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관련 업종전반의 일로 보편화 시키기가 쉽지않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산업 볼륨이 커서 위험회피회계 재무제표 LP표시방식 도입이 절실하지만 타 업종의 경우는 조선업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아 위험회피가 필요하긴 하지만 단기에 해소되는 거래의 특성상 위험회피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위험회피 문제가 조선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조선업처럼 위험회피회계가 중요한 산업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 IASB,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 인정…자본잠식 문제 해결
IASB는 당초 공개초안에서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만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7월 정부와 학계, 조선업계의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 도입 요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는 파생상품의 가치변동만을 인식해 위험회피자산을 자본의 감소분으로 처리해 자본이 잠식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는 미래에 수취할 중도금·잔금과 파생상품 모두의 가치변동을 인식하는 것으로 위험회피자산에 대해 자본의 감소대신 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IASB에서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를 수용함에 따라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를 적용함으로써 발생했던 자본잠식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는 IFRS 도입 전 2008년 이미 현행 기업회계기준에서 받아들여진 사항"이라며 "IASB에서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만 인정한다고 해 현행 기업회계기준 사항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FRS도입 시 가장 큰 문제였던 자본 잠식 문제가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부채의 과대표시에 대해서는 LP방식 도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LP방식 도입 안되면…'현행대로'
올해 6월 LP방식 도입이 무산될 경우 현행 기준인 SP방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개별 조선사들은 LP방식 도입에 대해 '협회 의견에 따르겠다'라고 말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로 일부 조선사의 경우 현행 기준인 SP방식으로도 부채비율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수주량도 부채비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B조선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자기자본도 늘어났다"며 "자기자본의 증가와 함께 환율 위험에 노출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헤지비율 유지를 통해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ASB의 공정가치위험회피회계 인정으로 자본잠식 문제가 해결된 게 다행"이라며 "LP방식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행 방식으로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A사 관계자도 "LP방식 도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B사의 경우 헤지비율이 다른 조선업체보다 낮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산에 대해 100% 헷지를 한다면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재무비율을 결정할 때 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주석의 내용도 고려하므로 LP방식을 도입해 재무제표 본문에 자산·부채를 차감 표시하지 않더라도 주석의 정보를 활용해 위험회피관련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일부 전문가들, LP방식 '불완전'…"보완 필요"
LP방식 도입에 대해 조선업계는 물론 정부와 학계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LP방식 도입에 대해 조선업계는 물론 정부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지를 밝히고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적극적으로 지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LP방식 도입이 위험회피회계관련 부채가 과대 표시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미래에 수취할 금액에 대한 환율 변동에 대해 표시방식의 차이로 인한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선박수주량 증가로 선수금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시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 A사의 1000%가 넘는 부채비율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008년 이전 호황일 때 선박수주 계약량이 늘어나 선수금도 크게 늘어났다"며 "부채비율 급증 이유는 이 때 늘어난 선수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한 회계전문가는 "현재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국가들이 이 문제에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며 "보다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