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커튼 뒤에 숨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권 회장은 국세청 발표 이후 언론에 자주 등장하며 자신은 탈세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국내 거주기간'을 언론에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불법적인 역외탈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 회장이 이처럼 국내 거주기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세법'에 숨어있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국내에 거소를 둔 기간이 2년에 걸쳐 1년 이상인 경우 국내에 거소를 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소득세 등 내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국내 거주자'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다.
권 회장 측은 지난 2006년 이후 주로 홍콩에 거주하면서 국내에는 '한해 평균 180일 이내'의 기간만 머물렀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2년에 걸쳐 1년, 즉 1년 중 180일 미만을 살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세법 규정을 지목한 것. 결국 국세청이 권 회장에게 내국인으로서 세금을 추징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수 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이미 국세청이 추징한 4100억원을 완납한, 재력가인 권 회장에게 이런 세법 규정은 세금회피의 또 다른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도 결코 이 법리 싸움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세청은 이 규정이 적어도 권 회장의 사안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법리에 맞서는 법리 역시 '소득세법'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의해서도 국내 거주자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해외에 거주했던 기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인을 비롯한 가족 등의 거주지와 보유 자산현황 등도 국내 거주자로서의 납세요건에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국세청과 권 회장이 맞붙을 세금전쟁의 분수령은 '소득세법'의 해석 여부다.
국세청은 올해 초 역외탈세 분야에서 1조원 이상의 세금추징 실적을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권 회장에게 추징한 4100억원의 세금과 관련한 법정공방은 절대 피하지도, 지지도 않을 태세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 권 회장이 국세청 세금추징 이후 곧바로 국내 거주기간을 문제삼는 발언을 언론에 토해내는 이유는 향후 세금전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