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계속된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는 올해 드디어 재기에 성공, 자신을 짓눌러왔던 은행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항상 자녀들 생각이 앞서는 것이 모든 아버지들의 '부정(父情)'.
어려운 생활 속에서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한 뒤, 최근 심각한 청년실업난까지 뚫고 취업에 성공한 큰아들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은행 빚보다 앞날이 창창한 '사회 초년생' 큰아들의 학자금 대출을 먼저 갚아주기로 마음먹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부모가 내는 보통의 자녀 교육비는 세금과 전혀 관계가 없지만, 자녀의 채무를 부모가 갚는 경우 증여세가 과세됨에 따라 큰아들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상환할 때에도 증여세를 내야하는지 애매했기 때문.
고민을 거듭하던 A씨는 이 문제를 국세청에 직접 문의했다.
□ 증여세 비과세 교육비…"납부 '시기'가 중요" = 현행 세법에서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교육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육비의 지불시기에 따라 비과세 적용여부가 달라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교육비는 필요시마다 직접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을 말하며,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비를 예·적금하거나 주식·토지·주택 등 재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된다.
즉 학자금 대출과 같이 일단 교육비를 지불한 이후에 부모가 자녀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한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될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현행 세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행위에 대해 칼같이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어, 부모가 자녀 채무의 일종인 학자금 대출을 대신 상환하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 '직업·소득' 없는 자녀는(?)…"학자금 대출 상환, 증여세 비과세" = 국세청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자녀가 직업 및 소득이 없고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만큼의 재산도 갖고 있지 않다면, 부모가 대신 학자금을 상환하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을 당시에 자녀가 자력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는 것.
이에 따라 A씨는 큰아들이 현재 취업에 성공해 일정한 소득이 있는 상황이므로, 학자금 대출을 대신 상환한다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녀 학자금 대출을 부모가 대신 갚는 경우는 자녀의 상환능력 여부가 증여세 과세의 판단기준"이라며 "자녀가 일정 소득이나 재산을 보유해 자력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대신 상환한다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 질의회신 : 재산세과-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