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을 유혹해 부부 또는 애인 관계를 맺은 뒤, 마약밀수 '운반책'으로 이용해온 국제 마약밀수조직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1일 인천지방검찰청과 합동수사를 통해 지난달 한국 여성을 통해 필로폰 약 3kg을 국내로 밀수입한 나이지리아 국제 마약밀수조직 국내 총책을 구속하고, 운반자 모집책 등 2명의 조직원(나이지리아인)을 지명수배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경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나이지리아 국제 마약밀수조직이 우리나라 여성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1년여가 넘는 끈질긴 추적 끝에 밀수조직의 꼬리를 잡은 것.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여행용 가방 옆면에 필로폰 약 3kg(10만명 동시 투약 가능)을 숨긴 채 아프리카 말리에서 입국하려던 한국 여성을 적발, 국제 마약밀수조직의 몸통을 추적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도주하려던 국내 총책 나이지리아인 1명과 그의 아내인 운반자 모집책 한국여성을 추가로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모 방송사에서 드라마 단역배우로 활동하며 운반책으로 이용할 우리나라 여성을 모집해온 모집책과, 밀수입한 필로폰 등 마약을 일본으로 밀반출한 유통책 등 나이지리아인 2명의 신상을 파악해 지명수배 했다.
세관 조사결과 나이지리아 국제 마약밀수조직은 그동안 일본여성 또는 아프리카·동남아시아·동유럽인 등을 여행객으로 위장시켜 아프리카로부터 마약을 밀수입한 뒤, 일본으로 다시 밀반출해 일본에 유통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인을 이용한 마약밀수 시도가 우리 검찰·세관 및 일본 수사기관에 자주 적발되자, 마약청정국인 우리나라의 여성들을 운반책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밀수조직 일당은 미국·영국인 사업가 행세를 하며 서울 이태원 등에서 한국 여성들을 유혹, 결혼을 하거나 애인관계를 맺은 뒤 마약밀수 운반책 등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아내·애인 또는 그들의 친구에게 해외 여행경비를 모두 부담하고 약 500만원 가량의 수고비까지 얹어 주겠다며 마약을 운반하도록 꼬드겼다.
한국 여성들이 여행용 가방 등 운반물건에 대해 의심을 품을 경우 금괴·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이라며 적발되더라도 압수당하고 벌금만 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고, 회유가 통하지 않을 때는 폭행·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들은 운반책 모집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장기 국내체류를 위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사주는 등 환심을 산 뒤 결혼을 요구했고, 결혼 이후 태도가 돌변해 한국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세관과 인천지방검찰청 합동수사반은 현재 이 같은 한국 여성을 이용한 마약밀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 수사기관과 공조해 국내 및 일본에서 활동중인 나이지리아 국제 마약밀수조직 일당에 대해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최근 국제 마약밀수조직이 한국 여성들을 유혹해 마약밀수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한국 여성들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검찰·국정원 및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국제 마약조직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