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저축률 하락→성장률 둔화→소득감소 '악순환'
국내 가계빚 규모가 80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판 서브프라임'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불안의 '완충작용'을 하는 가계 저축률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1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가계저축률 하락의 원인과 경제적 파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2.8%로 OECD 국가 평균인 7.1%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저축율은 지난 1993년 23.1%에서 8년만에 20%p 넘게 추락하며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가계저축률 하락은 근로소득 증가세 둔화, 사회부담금 확대, 가계부채 증가, 인구구조 변화 등에 기인한다"며 "저축률 하락은 성장잠재력 저하, 거시경제 안정성 훼손 등을 초래해 우리 경제의 장기적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가계저축률이 1%p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0.15%p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계소득 감소 및 가계부채 증가는 저축률 하락 원인으로 작용하고, 저축률 하락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는 소득감소 및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가계 저축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8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가계빚) 잔액은 3월말 현재 801조 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말(648조원)과 비교해 17%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 과정을 겪어온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여타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도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꼽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부채 급증은 가계 저축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소득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보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