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디아지오, 2000억원 세금전쟁 '원점'

조세심판원, 3년 만에 '과세가격 재조사' 결정

조세심판원은 1일 디아지오 코리아가 지난 2009년 수입위스키 과세가격 저가신고를 이유로 관세청이 부과했던 거액의 세금에 불복하며 신청한 심판청구에 대해, 최근 관세청에 과세가격을 재조사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디아지오의 수입위스키 저가신고를 지적하며 관세청이 새롭게 적용한 과세가격 산정방법이 현행 법률상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심판원에 따르면 디아지오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3년 동안 수입위스키의 원재료비용 및 일반적인 이윤 등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계산, 세관 수입신고 및 관세청 수리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관세청은 2008년 사후심사를 통해 디아지오가 신고한 과세가격이 원재료비용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고 판단, 다음해 '합리적 기준(유사물품 거래가격 기초)'에 의한 과세가격 산정방법을 적용해 관세·주세·교육세·부가세 등 2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디아지오는 곧바로 합리적 기준에 근거했다는 관세청의 세금부과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을 제기, 관세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에 심판원은 3년 만에 내린 이번 결정을 통해 관세청이 적용한 과세가격 산정방법이 당초 디아지오 측의 제품 원재료비용 기준 계산방법보다 현행 관세법상 우선 적용될 수 없음을 지적, 관세청의 과세가격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수입물품 과세가격은 ①해당물품 거래가격 ②동종·동질물품 거래가격 ③유사물품 거래가격 ④국내 판매가격 ⑤원자재비용·이윤 기초 산정가격 ⑥기타 합리적기준 등에 따라 계산해야 하며, 각 방법들은 반드시 '순차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즉 디아지오 측이 수입위스키에 적용한 과세가격 산정방법은 적용순서에 있어 5번째인데 반해, 관세청의 합리적 기준에 따른 계산방법은 다른 모든 방법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한 '최후의 수단'인 것.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제출한 원가관련 자료 등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적용했다"며 "하지만 디아지오가 제시한 자료들이 원가산정을 곤란하게 만드는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원은 "관세청은 디아지오로부터 과세가격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받고 필요시 관련규정 및 절차에 따른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며 "관세청은 관세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재조사하고,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