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6개 계열사는 지난 3월 29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585개 협력사와 국내 첫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했다.
협력사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 '종합지원체제' 구축
중소 협력사 자금조달 지원 등 '동반성장 모범 모델' 제시
동반성장협약 선도적 체결…산업전반 파급효과 상당
자동차에는 2만개가 넘는 부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인 부품조립산업으로 분류돼 하도급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상생협력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업체에 단순히 부품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품의 수요, 공급 예측과 물류관리까지 맡는 등 그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또 협력사에서 볼트나 너트 등 단순부품이 아닌 엔진, 변속기, 새시 등 큰 단위의 조립품을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모듈화'는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최근 "협력회사의 경쟁력 향상이 모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동반성장은 결국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혼자서 빨리 가는 것보다 다소 늦더라도 협력사와 함께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고집을 보여준 것.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성공비결로 꼽히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들과의 '뚝심협력'을 자세히 살펴 봤다.
■ "협력업체 경쟁력이 글로벌 경쟁력 바로미터" = 2011년 현재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 290개사의 거래기간은 평균 25년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들과 오랫동안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협력사들의 기술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견인해 낸 현대·기아차의 공로가 숨겨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품질 및 기술개발, 부품산업진흥재단 출연, 자금 지원, 인재육성, 글로벌 업체 육성 등 5개 지원 프로그램을 중심축으로 협력사에 대한 종합지원체제를 구축해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 기술 및 품질경쟁력 제고, 부품 수출 및 해외진출 확대 등 튼실한 동반성장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게스트엔지니어 제도'. 이 제도는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으며 협력사 엔지니어들을 현대차의 연구개발본부에 파견, 협력사의 엔지니어들이 부품설계 구상단계부터 조기에 참여해 공동설계, 부품도면 확인, 실차 조립 등을 수행하면서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해 개선토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협력사 엔지니어들에게 게스트엔지니어룸을 제공하고 설계장비, PC 등 각종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통큰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동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설계 실폐 위험 최소화, 개발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2년부터 부품협력업체의 품질향상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5스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차개발 초기 1차 협력회사가 납품하는 부품의 품질과 기술력 등을 별점으로 종합평가해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는 자칫 장기간 협력관계를 맺으며 느슨해질 수 있는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 번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시스템에 의해 '5스타 인증업체'가 된 협력사는 '5스타 클럽' 운영, 납품대금 현금결제, 개발 인센티브 부여 등 기술개발지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9년부터 기존 '품질5스타'보다 더욱 강화된 '그랜드 품질5스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품질5스타'를 달성한 우수 협력업체가 더 높은 품질기준을 바탕으로 글로벌 부품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게 돕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운영하는 '품질5스타'제도는 협력업체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품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이 같은 협력사들의 품질 향상은 자연스럽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협력사들과 글로벌 시장에 동반진출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 '상생협력 도우미' 자처…중소 협력사 애로사항 적극 해결 = 현대·기아차의 중소 협력회사 지원시스템은 부품업체들의 자금 조달, 품질 및 기술 향상 등 근본적인 고충을 덜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중소 협력회사의 경영안정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 2004년 기업은행 및 신용보증기금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협력사에 저리로 대출해 주는 '네트워크론'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환율 하락과 유가 및 원자재 급등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됐던 지난 2006년에는 부품 협력사들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 조달력이 떨어지는 중소 협력사의 부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2·3차 협력사의 대금지급기일을 단축하는 등 긴급지원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발급받은 중소 협력사들을 현대·기아차에서 추천해 융자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도록 하는 '상생협력펀드'도 조성해 운영했다.
또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의 구매시스템인 '바츠'를 활용해 원부자재, 기업 소모성자재(MRO), 전산기기 등을 공동 구매토록 하는 등 '상생협력'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2년 7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경영전문 노하우가 뛰어난 현대·기아차의 전임 임원이 지도업체에 파견돼 자문을 수행토록 한 것으로, 비용 전액은 재단에서 지원토록 해 호평을 받았다.
또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협력회사지원단'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협력사에 해외 메이커의 부품 수출 관련 판로개척 및 해외공장 관련 각종 노하우 등을 전수토록 한 것인데, 단순히 품질·기술지도 등 현안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전략까지 제시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동반성장협약 선도적 체결…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 등 제시 =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동반성장지수 대상기업 중 최초로 1585개 1차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는 동반성장 협약에서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자고 협력업체를 독려했다.
이번 협약에서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과 '협력사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상생협력의 키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2009년 4월 이후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모기업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거래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예방 감시체계를 갖춘 바 있다.
공정거래를 훼손하는 계약체결, 협력회사 선정·운용, 하도급거래 내부심의위원회 운영 등에 가이드라인을 지속 운영하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펼쳐온 '동반성장'의 기조를 깊게 뿌리 내리겠다는 것이 현대·기아차 측의 복안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협약을 통해 협력사들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신규동반성장펀드 출연 등 대규모 자금 지원과 R&D 기술지원단, 품질학교, 1·2차 협력사간 동반성장 활성화를 위한 협력회 지원시스템 운영 등 다양한 경영지원활동을 약속했다.
이 같은 지원 외에도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지원을 위해 품질기술 육성 및 기술보호, 교육훈련, 2차 협력사 지원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운영키로 했다.
또 협력사의 품질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신기술, 품질현장지원을 위한 36명의 전담인력을 포함해 300여명 규모의 'R&D 기술지원단'을 운영하고, 협력사의 기술력 보호를 위한 협력사 특허출원 지원 등도 본격 도입한다.
3000여개에 이르는 2차 협력사 지원을 위해서도 1, 2차 협력사 간 우수 동반성장사례를 발굴해 경영자문, 상주기술지도에 있어 우선권을 부여하고 포상을 실시하는 '1, 2차 협력사 간 동반성장 포상'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보여주고 있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문화가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