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화 대구국세청장이 30일 오후 후배들을 위한 '용기있는 퇴진'이라는 이름으로 국세공무원 직위를 내려놓았다.
이날 국세청에서는 지방청장 2명이 나란히 퇴임식을 가졌다. 하 전 청장에게는 1974년 9급 공채로 국세청에 첫 발을 내디딘지 38년만에 무거운 공직의 짐을 내려 놓는 의식이었다.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었다.
이날 대구청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하 전 청장은 "지금까지 삶의 전부로 여겨왔던 사랑하는 국세청과 대구청 직원 여러분의 곁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퇴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막상 38년동안 동고동락 하면서 젊음을 바쳐온 삶의 둥지를 떠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감정에 복 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20세 약관의 나이에 국세청에 들어와 일선 세무서에서부터 본청, 지방청, 재무부 세제실, 조세심판원, 국세공무원교육원 등 국세와 관련한 대부분의 부서를 두루 섭렵했고, 또 총리실, 대통령실 등에서도 근무하는 등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는 가운데 숱한 고생도 했다"고 소회했다.
특히 그는 "국세행정이 큰 변화를 겪는 오랜 세월동안 밤낮 없이 열정적으로 일했던 보람과 가족과도 같았던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오랜 국세공무원 생활의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하 전 청장은 국세공무원으로서 국세청과 세제실, 조세심판원을 두루 경험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것으로 평가되는 몇 안되는 비고시 출신의 '맏형'으로 불렸다.
하 전 청장은 끝으로 "저는 국세청을 떠나지만 남은 분들이 '아름다운 헌신과 열정'이라는 대구청의 전통을 지켜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가운데 최고의 지방국세청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리라 믿는다"면서 "변함 없는 국세청의 가족으로서 국세청과 대구청 직원들의 힘찬 도약과 발전을 응원하겠다"고 취임사를 맺었다.
이날 하 전 청장의 퇴임식에는 박윤준 국세청 차장, 최상백 대구세무사회장, 손원조 공인회계사회 대구지회장, 부인 안서영씨 등이 참석해 사연있는 퇴임식을 같이했다.
하 전 청장은 55년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상고, 방통대, 건국대 행정대학원, 9급 공채로 국세청에 입문해 남산세무서, 성북세무서 등에 근무하다 재무부 세제실 조세정책과, 재산세제과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후 국세청으로 복귀해 부천·안양세무서 등에 근무했으며, 사무관 승진 이후에는 국세심판소(현 조세심판원) 조사관실에 몸담기도 했다.
다시 국세청으로 복귀해 성남세무서·안양세무서 법인세과장, 국세청 소득세과 계장, 국세공무원 교육원 국세교육2과 국세교수, 중부국세청 조사1국1과1계장, 안동세무서장,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 파견, 서울청 조사4-1과장으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돼 청와대 근무를 하다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등을 지낸 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1월 대구국세청장으로 부임한지 11개월 만인 이날 동료들의 마지막 환송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