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기른 자녀들을 왕따, 학교폭력, 입시지옥 등 부정적 요소가 많은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공부시키길 꺼려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등 외국어 교육까지 고려해 자녀를 미국·영국 등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뒷바라지할 아내와도 생이별한 '기러기 아빠'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사는 외로움도 크지만, 먼 타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만만찮은 해외 유학비를 송금해 주는 일도 상당한 어려움이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들에게도 쏠쏠한 '13월의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연말정산을 통해 상당한 금액의 자녀 유학비를 소득에서 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자녀 등 부양가족에 대해서도 1인당 150만원에 달하는 기본공제가 적용되는 등 상당한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 '등골' 휘는 해외교육비, "연말정산으로 돌려 받자" = 우선 기러기 아빠들에게 연말정산 최고의 관심사인 해외 교육비다. 원칙적으로 기러기 아빠들도 자녀들의 해외 교육비에 대해 국내 교육비와 동일하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부터 해외 교육비 공제 요건이 대폭 완화돼 소득공제 대상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유학자격'을 갖추지 못한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해외 교육비에 대해서도 교육비 공제가 적용된다.
그동안 해외 교육비 공제는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비유학자격'이 있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적용돼왔다.
자비유학자격이 있는 학생이란 중학교 졸업이상의 학력 소지자 또는 교육장·국제교육진흥원장의 유학인정을 받은 학생으로서 외국의 교육기관, 연구기관, 연수기관 등으로부터 입학허가나 초청을 받은 학생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육비에 대해서는 자비유학자격 요건이 폐지됐다. 유학을 떠난 자녀가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일 경우에는 자비유학자격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해외 교육비를 공제 받을 수 있다.
또한 아내, 부모님 등 부양의무자와 외국에서 동거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녀를 위해 지출한 해외 교육비도 자비유학자격에 관계없이 공제가 가능하다.
해외 교육비 공제는 취학전 아동,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1명당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학생 자녀에 대해서는 국내와 똑같이 1명당 900만원까지 공제 받는다.
다만 우리나라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고등학교,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교 등에 해당하는 외국 교육기관에 납부한 교육비만 공제 받을 수 있다.
외국에 위치한 영유아 보육시설에 납부한 보육비나 취학전 아동의 학원·체육시설 수강료 등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에 부설된 어학원(랭귀지 스쿨, language school)을 비롯해 어학연수 기관에 납부한 어학연수 비용도 교육비 공제를 받지 못한다.
대학원 교육비는 자녀 교육비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과정을 비롯한 외국 대학원 교육비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외국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편·입학을 위해 설치된 예비 교육과정에 지출한 교육비도 공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달러($)·유로(€)·엔(￥), "해외교육비 원(￦)화로 바꾸자" = 외국 교육기관 등에 달러, 유로, 엔 등 외국 화폐로 납부한 해외 교육비를 공제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화폐단위인 원화로 바꾸는 일이 필수다.
해외 교육비를 국내에서 외국 교육기관에 직접 송금한 경우에는 송금일 당시의 대고객 외국환매도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소득에서 공제해야 한다.
반면 기러기 아빠들이 아내 등에게 해외교육비를 송금한 이후 가족들이 외국에서 직접 교육비를 납부했다면 납부일 기준환율(재정환율)을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된다.
해외 교육비를 소득공제 받으려는 기러기 아빠들은 외국 교육기관으로부터 수업료납입영수증, 자녀 재학증명서 등을 발급 받아 연말정산 신청시 다른 소득공제 증빙서류와 함께 회사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 "피는 물보다 진하다"…부양가족 인적공제도 'O.K' = 기러기 아빠들이 연말정산을 할 때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 바로 부양가족 인적공제다. 머나먼 외국 땅에 살고 있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해서는 인적공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들도 아내와 자녀에 대해 1인당 150만원씩 기본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양가족 중에서 배우자, 자녀 등에 대해서는 주민등록상 동거하지 않더라도 기본공제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내와 자녀 모두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하며, 자녀들은 나이가 만 20세 이하인 경우에만 기본공제가 가능하다.
아내와 달리 자녀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외국으로 함께 건너간 부모님의 경우는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러기 아빠들은 기본공제 외에도 장애인(1명당 200만원), 6세이하 자녀양육비(1명당 100만원), 다자녀 추가공제(자녀 2명시 100만원) 등 각종 추가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 해외 의료비·신용카드, "외국 생활비는 소득공제 'No'" = 한편 기러기 아빠들은 아내와 자녀에게 송금해준 생활비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아내와 자녀 등이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을 기러기 아빠가 국내에서 전액 결제했더라도, 연말정산을 통해서는 한푼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또한 아내와 자녀 등 가족들이 질병에 걸려 외국 병원에서 진료·수술 등을 받았더라도, 외국 의료기관에 납부한 의료비는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기러기 아빠가 외국에 살고 있는 아내와 자녀를 피보험자로 계약한 보험에 납입한 보험료는 보험료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배우자와 자녀가 해외에서 별도로 가입한 보험인 경우에는 보험료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기러기 아빠 연말정산 Q&A-
□ 자녀가 외국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연수 과정에 참가하고 있는데 수업료를 공제 받을 수 있나요?
☞ 외국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원을 비롯해 어학연수 과정은 교육비 공제대상 교육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어학연수 수업료는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없다.
□ 자녀가 외국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서 운영하는 예비교육 과정에 다니고 있는데 교육비 공제가 가능한가요?
☞ 외국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편·입학을 위해 설치된 예비교육 과정에 지출한 금액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해외 교육기관에 납부한 교육비는 원(￦)화로 어떻게 계산하나요?
☞ 해외 교육비를 국내에서 외국 교육기관에 송금했을 경우에는 송금일 기준 대고객 외국환매도율을 적용하고, 가족들이 외국에서 직접 학교에 교육비를 납부했다면 납부일 기준환율(재정환율)로 환산해야 한다.
□ 유학간 자녀와 아내가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원칙적으로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은 국내에서 근로자가 결제를 했더라도 소득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다.
□ 유학을 보낸 자녀가 갑자기 아파서 외국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도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 외국에 위치한 병원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는 우리나라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외국 병원에 지급한 의료비는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 유학간 자녀를 뒷바라지 해주시려고 어머니께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셨는데, 어머니에 대해서도 1인당 150만원의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 해외에 거주하는 부모님 등 직계존속의 경우에는 주거 형편에 따라 별거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으므로 부양가족 공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