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세무조사 투명성 확보 방법론…'인식변화'&'견제'

국세청이 가진 세무조사 권한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암암리에 스며 있는 각종 탈세행위를 잡아내는 세법질서 확립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으며, 국세청 힘의 '원천(源泉)'이다.

성실하게 벌어들인 돈을 나눠 꼬박꼬박 세금을 낸 사람들에게 일각에서 일어나는 탈세(脫稅) 현상은 분명 커다란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라는 강력한 공권력을 통해 탈세자를 잡아내고, 이를 통해 성실납세를 담보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십 년 시간 동안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 세간에서 인식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의심'이다.

때가 되면 주기적으로 받게 되는 정기세무조사만 하더라도 조사를 받게된 납세자 입장에선 "왜 나만 세무조사를 받는가"라거나 "왜 나 먼저 세무조사를 받아야 할까"를 의심하고, 심지어 "내가 혹시 국세청에 밉보였기 때문일까"라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한다.

이같은 납세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세청 또한 빈번한 제도개편을 통해 세무조사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꾀해 왔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문제가 중요한 '아젠더'로 다뤄져 왔고, 이 같은 기류는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 또한 예외가 아니다.

□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 왜 '의심'은 계속되는가 = 국세청 세무조사 행정의 투명성이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와 맥이 닿아있다. 즉, 최고 권력층의 입맛에 따라 국세청이 세무조사 권한을 집행한 듯한 인상을 떨칠 수 없는 어두운 역사(歷史)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내몬 단초가 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다. '한상률(전 국세청장) 게이트'로까지 확대되며 세간을 뒤흔들었던 이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짙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세간에서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권력층 비호를 통해 전임 국세청 수장들이 개인적 영달을 꾀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치는 않지만, 실제로 이런 사건들이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임은 물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고강도 감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실마리를 제공해 왔다.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걷어지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폐쇄성'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탈세제보'를 토대로 불시에 단행되는 '비정기 세무조사'였다. 과거 특별세무조사로 지칭됐고, 현재는 심층세무조사로 불린다. 탈세제보의 존재유무는 전적으로 국세청이 증명할 수밖에 없고, 납세자 개별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개가 되지 않는다.

일반인들 입장에서 진실에 다가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다. 즉 세무조사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은 특정기업 또는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공정했느냐의 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개별납세자 정보 제공 금지원칙)에서 비롯된 '폐쇄성'에서 출발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 '공포'가 만들어 낸 외눈박이 시선들 =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에 대한 의심은 행정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지만, 세무조사 대상자들이 가진 잠재적 인식에서부터 생성된 측면도 상당하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여전히 세무조사 행정은 '공포'의 대상이다.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 또는 개인 입장에선 '세금추징'이라는 필연적 결과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그 동안 납세자보호관에게 '세무조사 중지권'을 부여하고 등 노력을 해왔지만, 시장에서의 공포감을 불식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세무조사에 대해 납세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유 없이 느껴지는 '막연한 억울함'이다. 세무조사 선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경제계 구성원들 사이에서 "괜히 나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시각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국세청 스스로는 자체적으로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서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납세자들은 '왜 저 업체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우리 업체만 하는가', '저 업체는 얼마를 추징했는데, 우리 업체는 왜 이리 많이 추징된 것이냐'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행정기관의 진의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낳게끔 만들고 결과적으로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상 국세청은 그 동안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시행해 왔다. 하지만 그 제도적 장치들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정적 인식들에 부딪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 세무조사 투명성 확보 방법론…인식의 변화, 그리고 견제 = 최근 인수위 안팎에서 국세청 '무(無)영장 장부영치 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만한 제도적 손질이 이뤄질 것이라는 등 특별조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럴듯한 분석까지 곁들여 심층세무조사 전담부서인 서울국세청 조사4국 폐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또 믿지 못할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무조사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거나 할 경우 탈세관련 증거물들을 폐기하는 등 납세자들의 적극적인 조세회피 시도가 생길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심층세무조사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세법질서 유지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는 이와 관련해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탈세를 시도하는 이들의 발전속도는 세법과 세정이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다"며 "강력한 행정적 제재가 부지불식간에 가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야만 '탈세억지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무조사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식개선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처럼 권력층이 IRS의 조사행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등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층은 물론 국세청장도 시스템화되어 돌아가는 국세청 세무조사 행정에 감 놔라 배놔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장 임기제' 또한 넓은 의미에서 이 같은 잠재적 폐단 발생 소지를 차단키 위한 정치적 중립 확보방안이었다.

견제장치 마련 필요성도 나온다. 가장 효과적인 견제는 '정보'의 공개확대라는 것이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정에서 반영되는 '신고성실도 분석시스템(CAF)'에 반영되는 신고성실도 평가영역 및 평가요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

일각에서는 탈세혐의가 확실한 세무조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개략적인 사항을 공개,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별납세자 정보보호의 측면에 너무 치우친 행정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를 아예 공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온다. 이 정보를 공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도 확보하고,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위원회와 같은 외부 감독기구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행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문가들의 부족, 현저히 떨어지는 비밀유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효율성이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견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