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세청장, 누가 될까 = 박근혜 정부의 첫 국세청장에 어떤 인물이 선택을 받을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복지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중책'을 떠 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세청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측면에서 인사권자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복지정책 구현을 위해선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천문학적 복지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복지재원은 ▲예산절감 ▲세제개편을 통한 증세 ▲복지행정·공공부문 개혁 등을 통해서도 조달될 수 있지만,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설정한 재원마련책의 출발점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분명하다.
박 당선인은 지난 25일 "외국에 비해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퍼센티지가 굉장히 높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해서 얼마를 할거냐고 하는데 인수위는 지금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는 이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해서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국세청에서 세부 계획을 지금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 박근혜식 복지정책 성공여부에 대한 결정적 키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첨병인 국세청이 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약속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선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정권 초기부터 확실한 '돈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재원조달을 확실하게 책임지면서도 쓸데없는 조세마찰 등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세행정 집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내달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MB정권'의 모든 것을 뒤엎으려 하는 '점령군'을 자처하지 않는 이상, 국세청이 할 일만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할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국세청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중요성이 더해진 첫 국세청장에 누가 임명될 것이냐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세청에 주어진 시대적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 국세청장은 과연 어떤 인물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 바람직한 국세청장, 갖춰야 할 '자격조건'은? =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새 정부와 코드가 맞으면서 시대적 요청에도 부합할 바람직한 국세청장은 정권 초기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국민 신뢰를 얻어 국세청에 덧칠된 각종 오해를 불식시킬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세청에 주어진 강력한 공권력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든 납세자가 믿어 억울함이 없어야 하고, 공평한 세금부담은 피할 수 없다는 성실납세의식이 확산되어야만 마찰 없는 재원조달이 원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19대 이현동 국세청장에 이르도록 국세청을 거쳐간 수많은 국세청장들 가운데 국세청 안팎에서 '가장 바람직했던 국세청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아쉽게도 조세일보가 바람직한 국세청장상을 조명하기 위해 전화 또는 대면접촉을 통해 만나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바람직한 국세청장상으로 기억되는 역대 국세청장'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국세청 조직과 업무를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이 강점이었던 많은 국세청장들은 '청렴성'이 문제돼 현직은 물론 퇴임 이후 문제가 됐었고, '전문성'이 부족했던 일부 청장들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도 모른 채 후일 별탈이 없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국세청의 어두운 역사를 반복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국세청장은 전문성과 도덕성, 이를 무기로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외풍(外風)을 차단할 수 있는 힘 등 크게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제시하고 있다.
□ '전문성'이 받쳐줘야 조직장악…아니면 '공염불' = 법이 부여한 강력한 공권력을 통해 국민 소득과 재산의 일부를 강제로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 국세청이 해야 할 본연의 업무임을 감안하면, 국세청 권한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사돼야 한다.
전문성으로 무장된 국세행정에 대한 '철학'이 없이 무작정 법과 원칙에 따른다는 의욕만 가지고 세금만 거두겠다고 덤볐다간, 빈대 몇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움은 물론 엄청난 조세마찰을 일으켜 정권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세전문학자들이나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들은 프랑스의 유명한 옛 재상이었던 콜베르가 "바람직한 조세의 원칙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 것에 빗대, "국세행정은 거위의 깃털을 뽑듯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거위로부터 세금이라는 털을 뽑을 땐 거위가 소리를 가장 적게 지르게 하면서 털을 가장 많이 뽑는 것이 훌륭하며, 깃털을 함부로 뽑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달아나기도 하고 심지어 죽어버려서 털을 뽑을 기회조차 사라지는 등 '조세마찰'을 일으킬 것을 경고하는 말.
또 약하고 병든 거위에게서 건강한 거위와 동일한 수의 깃털을 뽑게 되면 약하고 병든 거위는 죽거나 불평불만이 생길 것이 분명한 만큼, 같은 세금을 거두더라도 거위들 각각의 상태를 감안해서 불편함 없이 공평하게 거둬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경제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현실을 무시한 채 깃털만 왕창 뽑아내서도 안되고 세금을 최대한 많이 걷되 조세마찰은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인데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평·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재정조달을 하려면, 국세청의 수장인 국세청장은 국세행정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면서 그 행정이 미치는 파장까지 예측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학자는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말에서도 국세청장의 전문성이 왜 필요한지를 찾아볼 수 있다"며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그 일에 꼭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는데, 그게 안되면 측근 또는 정실인사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헤아리기 어렵게 국세청장실 문턱을 넘나드는 간부들을 상대하는 국세청장이 보고내용에 허(虛)와 실(實)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낼 전문성이 없으면, 조직장악은커녕 국민 재산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조세행정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국세청의 업무에서 핵심중의 핵심은 인사문제와 세무조사문제"라며 "국세청 수장이 국세청 직원들의 됨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도 문제지만, 세무조사 생리를 모르면 국세청장 하면서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고 끝나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거 외부에서 수혈된 국세청 수장들의 경우 외부에서는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할지 모르지만, 업무내용의 허(虛)와 실(實)을 가려낼 전문성 부족으로 무엇하나 제대로 묻지 못한 채 그저 자신들 보신(保身)만 하다가 떠났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부 세무조사의 경우 그 진행상황 등은 직원들 눈빛과 태도만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 조사절차 등에 대한 이해가 없이 국세청장 1∼2년 해봐야 국세청을 이해하려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간부 몇 명 이름정도 기억하는데 만족해야 한다는 것.
국세청장을 제대로 하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 있는 국세청 업무'와 관련해 부하들의 보고가 참 또는 거짓인지 가려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이를 통해 국세청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확실한 조직장악이 가능해진다.
결국 제대로 된 국세청장은 세정운영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확실하게 조직을 장악, 조직의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문성'이 필수라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세청의 징수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안정된 조직운영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국세청장은 '전문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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