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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의 아킬레스 건…국세청장 '도덕성' = 국세청장 자격조건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가장 많이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보다 '도덕성'이다.
오랜 국세행정 경험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국세청장들 가운데 일부는 임명초기, 과감한 국세행정 개혁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받더니 현직 또는 퇴임 이후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로 온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또 일부는 '국세청장'이라는 현직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고 큰 자리로 영전(榮轉)을 꿈꾸며 정권 주변을 기웃거리고 막강한 국세청 조직을 '사조직'처럼 이용하려다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장의 도덕성 문제가 늘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고, 국민들의 눈높이 또한 잔뜩 올려놓은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장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들은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고, 한 번 터지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세청이 쌓아올린 공든 탑을 일거에 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같은 집단으로 매도되곤 했던 대다수 선량한 국세청 직원들은 "집에서 자식 얼굴 보기 부끄럽다"거나,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다"는 등의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장이 갖춰야 할 주요 자격조건으로 '전문성'과 함께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수준의 '도덕성'을 바라는 것은 국세청 외부가 아닌 국세청 직원들의 입장에서 더 간절히 바라는 희망사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 한 조세전문가는 "누구든 국세청장이 되면 국세청을 마치 자신의 사조직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국세청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오너 청장'으로 착각한 일부 청장들은 국세청을 사조직으로 착각, 인사전횡이나 권력남용을 넘어 심지어 도덕적 불감증은 물론 '출세지향적 성향'까지 가지게 됐다는 것.
이는 국세청장의 '정치 중립'과도 연결고리가 만들어져 있다. 국세청장이 출세를 탐해 정치 중립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말로가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이, 과거 사례를 통해 증명돼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장에 오를 인물들에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더 이상의 영전은 없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하고, 이를 통해 국세청장 재직 시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 직분에 맞는 일에만 몰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세청 전직 고위간부는 "과거 상당수 국세청장들이 조직원들과의 '소통' 보다는 '권위'를 우선했던 관행도 문제"라며 "유연한 소통을 통해 리더가 조직원들과 목표의식을 공유한다면 훨씬 더 도덕성을 담보하며 국세청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고위간부는 "지난 십 수년 동안 개혁요구를 받아오면서 여러 제도적 장치를 시행, 국세청 조직이 많이 달라졌다"며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기존에 정비된 체계를 국세청장이 반듯하게 운용하려는 의지만 가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언급했다.
□ '외풍(外風)' 차단은 기본, 대통령 신뢰 '필수' = 국세청장 자격조건과 관련해 또 다른 중요 덕목으로 '외풍(外風) 차단'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국세청만이 가진 특이한 항목이다.
이런 배경으로세금을 거둬 가는 국세청 직원들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곱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직원 숫자가 2만명에 달하다 보니 국세공무원과 관련한 이런저런 투서가 끊이지 않는다.
국세청 직원들이 연루된 투서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그리고 감사원 등 사정기관들이 '수사착수' 등의 사실을 연일 언론에 흘리고 나선다면, 국세청은 본연의 일은커녕 '조직방어'만으로도 날을 새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건사고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조직관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관리자들의 관리능력 밖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 이런 측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불어오는 '외풍'을 차단해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곧 국세청장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 조직원 숫자가 전국적으로 2만명에 달하지만, 상대적으로 승진자리가 매우 협소하다 보니 인사문제와 관련한 잡음은 국세청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 주변에서 떠도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 중 하나는 "국세청에는 인사청탁(人事請託)보다 인사청탁(人事靑託)이 더 통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인사를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인사권자에게 부탁하는 인사청탁(人事請託)이 아니라, 인사와 관련한 청와대 부탁이 더 통한다는 얘기로, 공직자들이 자신의 본연의 업무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올바른 문화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세청 인사와 관련해 과거 관행은 "대통령이 국세청장을 크게 신임한다"고 알려졌을 땐 국세청 간부들의 움직임이 없지만, 그 신임의 빈틈이 조금이라도 벌어졌다고 판단될 땐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이는 국세청장을 한번 임명했으면, 이후 대통령의 신임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국세청 업무자체가 정당한 세금을 걷더라도 국민들의 재산권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저곳 힘이 닿는 곳마다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음은 자연스러운 모습.
권력의 핵심과 끈이 닿아 있는 실세들은 본인 아니면 지인의 세금을 줄여보기 위해 국세청장 지위까지 흔들 기세를 보이곤 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국세청장 의지뿐만 아니라 대통령 신뢰가 있어야 부당한 민원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