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주요 권력기관장이 포함된 외청장 인선 발표 계획을 뒤집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5개 부·처장급 기관장 인선을 우선 단행한 것의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12일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발표하고 13일에는 차관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14일(오늘)에는 외청장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예고한 대로 지난 12일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37명의 비서관 인선을 발표했고 13일에는 교육부 등 14개 부처 20명의 차관 인선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의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부처의 차관급 인선은 연기했다.
실제로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될 예정인 기획재정부 1·2차관 인선과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조직법 통과가 우선되어야 할 부처들의 차관 인선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14일 오전 10시 발표한 인선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5개 부·처장급 기관장만이 포함됐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국세청장과 검찰총장, 관세청장 등은 모두 제외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국세청장 등이 인선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청장급 인선은 현재 진행 중이며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일각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외청장인 국세청장과 관세청장을 제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급기관장이 정식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윤 대변인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통과여부와 외청장 인선의 연계성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답하면서, 인선을 지연시킨 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세청장 인선을 놓고 다수의 후보자들간 '경합'이 격화,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위한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특정 후보가 내정됐다는 언론보도에 민주통합당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는 등 반발여론이 불거지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된 것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 다른 권력기관장 인선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은 인사연계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검찰총장 인선결과에 따라 나머지 3개 기관장 인선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정보원장에는 서울 출신 후보자(남재준)가 발탁된 상황.
검찰총장의 경우 서울 출신의 채동욱 서울고검장과 호남 출신인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장의 경우 충청 출신인 김기용 현 청장의 유임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대탕평 인사' 원칙을 감안, 현재 4대 권력기관장 중 호남출신 인사를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사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당초 거론되고 있는 국세청장 후보군(김덕중 중부국세청장, 박윤준 국세청 차장,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현관 서울국세청장 등 이상 가나다順)에 호남출신이 없다는 점을 감안, 추가적으로 호남출신 외부인사를 국세청장 검증대상에 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