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과 음주운전이 판을 치던 때 운전면허증은 ‘살인면허증’이라 빈정대곤했다. 요즘은 비싼 수입차가 거리에 많아 ‘굴러다니는 폭탄’이 되고 있다. 자칫 방심하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차를 받았다간 패가망신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차장인 A씨는 NF 쏘나타를 몰고 1차선으로 달리다 급차선 변경을 하는 바람에 2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자동차 운송차를 들이받았다.
운송차는 옆구리를 들이받혀 우측 방음벽으로 밀려났고 그 충격으로 싣고 가던 승용차가 운송차에서 벗어나 도로 옆 낭떠러지로 떨어져 대파되었다. 이 사건은 A씨에게는 대재앙이었다. 하필이면 그 운송차에 프리미엄급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가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액은 람보르기니 4억 5천만원, 운송 차 2000만원, 방음벽 550만원,쏘나타와 부딪친 또 다른 화물차 100만원까지 총 4억 7650만원 가량이었다. 그런데 A씨가 보험든 대물보상 한도는 1억원이었다.
A씨의 보험사 측에서는 A씨의 과실이 90%어서 A씨가 부담할 금액은 4억 2885만원으로 산정했다. 대물보상 한도가 1억원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3억 2885만원은 A씨의 개인재산으로 보상해야 했다.
A씨는 자신의 재산과 급여를 압류당해 오랜 기간 고통을 겪게 됐다. 그는 자신이 죽었어야 하는데 살아서 가족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며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흔하지 않은 사례이지만 고가 수입차와 사고가 났다면 이같이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 A씨처럼 과실이 90%에 해당하지 않고 방어운전을 하더라도 쌍방과실로 인정되어 책임비율이 50% 수준 정도만 되더라도 서민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준다.
통상 대물한도를 1억이나 2억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당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내주는 등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다. 최근 부호들을 위한 초고가의 스포츠카 들이 경쟁적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이러한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벤츠, BMW,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매장이 즐비한 신사동 도산대로 및 청담동 등에는 이러한 자동차가 많이 굴러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적정한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자기 차량을 운행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차량이 거리에 등장함으로서 이 권리가 위협받게 되었다. 즉 5억이나 10억 등으로 대물한도를 충분히 올려놓지 않으면 언제라도 가정이 파괴될 수 있는 것이다.
통상 재앙적 위험(catastrophe risk)은 발생빈도가 낮은 반면 일단 발생하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온다.
다소 부담되더라도 대물한도를 충분히 올려놓기를 권고하고 싶다.
일전에 자동차보험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의 관계자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더니 “사고확률이 매우 낮은 사례이니 조심해서 운전하면 된다”는 식의 답변이 되돌아 왔다. 문제는 그러한 고가차량이 갈수록 늘어나 서민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데 있다.
극단적으로 일반 서민 운전자가 100억원에 달하는 차를 상대로 사고를 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5억이상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고가차량 차주에게 손실을 떠안게 하거나 보험료에 일정금액을 부과하여 공동기금을 조성하여 보상하는 방법 등 개선책을 마련하면 어떨까?
초고가 차량의 경우 해당 차량을 소유한 사람의 경우 자신의 과실로 사고를 내도 보험으로 커버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지않게 된다. 반면 고급외제차를 들이받은 서민들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현실이어서 뭔가 불공평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