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반지는 처녀성 때문에 유행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신부에게 결혼예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있다. 귀금속 판매상인 드 비어스라는 회사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거나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과 동의어’라는 선전 문구로 여자들의 허영심을 자극하여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구에서 다이아몬드 약혼반지 의미는 지난 수세기에 걸쳐 드라마틱하게 변화되어 왔다.

오래전 여성들의 처녀성이 중요했던 시절에 다이아몬드는 처녀성 상실에 대비한 보험이었다.          

미국의 경우 지금이야 혼전 동거 등으로 처녀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1900년대 초반만 해도 결혼시장에서 처녀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그러다가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약혼한 커플의 약 절반 정도가 약혼기간에 동침을 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동침 후 남자가 변심하는 경우이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면 여자는 이미 ‘손상’을 입은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이미 ‘시장가격’을 잃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결혼약속 파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된다. 동침 후 결혼약속을 파기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경제적 배상을 강제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1945년에 가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폐기되어  역사적 산물로 남게 되었다.

이 시점에 다이아몬드는 ‘장신구’에서 ‘필수 보험’으로 그 기능이 변화되었다. 법에 의한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여자들은 ‘선수금’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다.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약혼선물로 받아 만약 남자가 변심하면 그 다이아몬드를 ‘위자료’로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변심하여 떠나더라도 여자 곁에는 최소한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보물이 남게 되어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이 즈음부터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다이아몬드의 역할은 다시 바뀌었다. 여성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처녀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파혼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처녀성 상실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더 이상 결혼약속 위반에 대한 담보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도 남자가 돌려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반환하게 됐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가 예쁘긴 하지만 사회변화를 재빨리 간파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상혼을 보면 조금은 께름칙하다. 지금도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에서는 다이아몬드 원석 채굴을 놓고 매일같이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영화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부디 다이아몬드가 본래의 기능인 젊은이들의 소중한 사랑을 나타내는 징표로서의  역할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